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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다툼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더욱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굴지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반도체 제재 등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정치권과 달리 경제분야에서는 훈풍이 부는 모습이다.
3월 팀 쿡 애플 CEO를 시작으로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 스타벅스의 내러시먼 CEO 등이 중국을 찾았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방중해 친강 외교부장·왕원타오 상무부장·딩쉐샹 부총리 등 고위 지도부와 회동을 가졌다. 같은 날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중국을 찾아 왕 상무부장과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중국을 찾는 미국 CEO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공급망 디커플링(분리)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으며 백악관의 대중 경제 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은 “외부 세계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지속해서 추진함과 함께 외국 기업을 위한 더 나은 시장과 법제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화답하며 해외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유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 CEO들의 잇따른 중국 방문에 심기가 불편해하는 모양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들의 방중에 대해 “온전한 그들의 결정”이라면서도 “상호 연결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양국의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돼있지만 그들의 방중이 미국에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이며 불편한 속내를 나타냈다.
백악관의 경고성 발언에 6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방중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대중 디커플링을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던 황 CEO의 방중 무산에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에 제약이 걸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기업과 중국의 협력은 세계 최대 시장 확보와 경제 회복이라는 점에서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들이 놓칠 수 없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507만여 대, 반도체 수요는 150조 원을 기록해 두 분야 모두 글로벌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백악관의 눈총에도 CEO들이 중국을 찾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얼어붙은 양국 관계 속에서도 중국이 미국 기업인을 두 팔 벌려 환영한 것에는 이들을 통해 백악관의 디커플링 시도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는 오랜 제로 코로나19 정책과 미국 주도의 반도체 규제 등으로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굴지의 전기차·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은 중국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경기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중국의 ‘투 트랙’ 전략에 백악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대중 수출 급감으로 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달 내 중국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경제 협력이 본격적인 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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