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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잡지 ‘아트인컬처’는 2001년 1월호에서 한국 현대미술계의 저평가된 대표적 인물로 박수근을 꼽았다. 당시 과대평가된 인물로는 이중섭이 선정됐다. 그러나 2015년 2월호에서는 둘 다 과대평가된 인물로 소개됐다.
불과 15년 사이에 저평가와 과대평가를 오락가락한 근거는 아마도 그림값일 것이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45억2000만 원에, 이중섭의 ‘소’는 47억 원에 최종 거래됐다.
그렇다면 그림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김환기 작가는 어떨까. 2019년 11월에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우주, Universe 5-IV-71 #200’가 약 8800만 홍콩달러(약 132억 원)에 낙찰됐다. 부산 피난 시절부터 김환기 작가와 인연을 맺어온 재미동포 의사 김마태 씨가 고인에게 사들여 40년 이상 소장해온 작품이다.
김 씨는 국내 화랑에 80억~90억 원의 가격으로 ‘우주’를 내걸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그들이 그림값을 매긴 근거는 앞서 2018년 5월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붉은색 전면 점화’가 약 85억3000만 원에 낙찰된 영향이 크다. 당시 이 작품은 한국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환기의 ‘우주’는 결국 크리스티의 권유로 경매에 나오게 되었고 뜻밖의 치열한 경쟁 끝에 한국의 기업인에게 132억 원에 판매됐다. 불과 몇 달 만에 그림의 가치가 50억 원 이상 뛴 것이다. 이처럼 미술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분명하다. 최종 낙찰가가 그 그림의 가치다.
그렇다면 사람의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그가 받는 연봉이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되어줄까? 통념상 연봉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논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저 ‘돈 많이 버는 사람’일 뿐이다.
재밌는 것은 사람의 가치는 그가 놓인 환경과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봉은 적지만 사회적으로 봉사활동을 많이 하거나 선행을 많이 하는 경우 가치 있는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회사에서는 말단 사원이지만 일터 밖으로 나왔을 때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함으로 ‘인싸’ 대접을 받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일개 개인에게 고정된 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백화점에서는 1등 고객으로 대접받으며 갑질을 일삼는 사람도 집에 오면 아내·자식·남편에게 꼼짝 못 하는 종이호랑이일 수 있다. 내가 누군지 알아? 잠꼬대로나마 큰소리쳐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점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결국 자족만이 살길이다. 사회적인 평가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스스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내면의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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