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최고의 이슈는 인공지능(AI)이었다. 챗GPT로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은 수많은 IT 기업이 AI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 새로 개발된 기술에 일반인도 손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면서 AI를 활용한 여러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AI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그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범죄 위험성이 커짐에 따라 AI에 대한 법적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AI와 관련해 활발하게 활동 중인 법조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양진영 변호사는 IP·신기술·핀테크 등 IT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무법인 민후 소속 변호사다. 주로 IT·저작권·부정경쟁·영업비밀·상표권·디자인권·특허권·개인정보 등을 다루며 기업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디지털 윤리학회 상임이사·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산업 기술 분쟁 조정 위원회 위원·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인공지능법제도 위원장 등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먼저 양진영 변호사가 IT로 방향성을 정한 이유를 물었다. 양진영 변호사는 IT가 계속 발전하는 분야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저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IT 쪽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IT는 항상 최신 기술로 발생하는 이슈를 동반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돼요. 인간 생활이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을 통해 점점 자동화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지막에 남는 건 소프트웨어 관련 분쟁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의 생활을 IT의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의 권리와 본질에 대한 논의도 깊어지고 AI의 등장으로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도 계속 가속화되고 있어요. 이렇게 세상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양진영 변호사는 진로를 정하기 이전에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과학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의 기술을 다루는 영업비밀 등의 분야에서도 도움이 됐다. 이렇게 IT·기술과 관련된 사건들을 다루던 양진영 변호사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2020년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딥페이크 기술 대응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맡았어요. 그 당시 딥페이크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우리나라 법령 중에 딥페이크와 관련된 것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해 달라는 제안을 해 왔어요.”
“그 일을 하면서 인공지능의 대략적인 개념에 대해 알게 됐고 관련된 기술도 많이 알게 됐고요. 그때부터 인공지능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여하게 됐어요. 인공지능 기술에 필수적인 게 데이터베이스인데 제가 예전에도 데이터베이스 관련 사건을 다뤄왔고 지난해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데이터·인공지능 법 전문과정을 수료했어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AI에 대한 역량을 쌓아 가던 중 AI 붐이 일어났다. 시기적절하게 일어난 AI 열풍을 접하면서 양진영 변호사는 이제까지 쌓아 온 경력이 AI 이슈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강연 요청도 잦아졌다.
“저작권·개인정보·데이터베이스·정보보호 같은 것들은 세분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 법인에서 다루는 게 그쪽이기도 하고 저도 많이 다뤘고요. 그래서 강연이 들어오면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강연 요청이 계속 들어와서 지금도 하고 있어요.”
저작권 관련 법령 정비가 우선… 법이 닿지 않는 곳은 윤리의 영역
양진영 변호사에게 생성형 AI와 관련해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양진영 변호사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학습데이터의 공정이용과 관련된 문제가 제일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데 지금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있어요. 이 경우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나 허락에 대한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작권법에 공정이용 조항이 있긴 한데 학습 데이터까지는 포함이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거든요. 다른 이슈들은 기존 법에서 대상을 AI로 바꾸면 되는데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해외에서는 학습 데이터 조항이 도입된 사례가 있고 소송 사례도 많아요. 오픈 AI 같은 유명 기업들을 상대로도 소송이 제기됐고요. 그런데 국내는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에 학습 데이터 공정이용 관련 조항이 있고 발의가 된 지도 한참 됐는데 아직까지 통과가 안 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엔 소송 사례가 없긴 하지만 곧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거예요.”
양진영 변호사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법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AI 윤리를 제시했다.
“생성형 AI 관련해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가 피해자가 없는 사례들이에요. 개인이 그냥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하면 당장 피해자는 없잖아요. 데이터베이스에 자기 저작물이 있었다고 해도 원저작자가 알 방법도 드물고요. 공모전 같은 곳에 올린다고 하면 규제나 처벌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게 법적 처벌이 필요한 영역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봐야 해요.”
“법으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윤리가 그 몫을 채우게 돼요. 개인의 도덕의식이 중요해지는 거죠. 그런 이유로 AI 윤리 교육이 주목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의 AI 윤리는 개발자의 윤리가 더 강조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활용하는 사람의 윤리 교육이 더 보강돼야 해요. 제가 요즘에 강연할 때도 그쪽 질문이 많이 들어오고요.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기관들이 AI 활용 시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으니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준수해 줬으면 좋겠어요.”
변호사들이 법률 AI 더 반겨… AI 판사·검사는 아직
AI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사람이 하는 일을 AI가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법조인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이미 AI가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사례가 나오면서 AI 변호사나 AI 판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진영 변호사의 의견을 들어 봤다.
“법조계에서 AI가 처음으로 적용된 곳이 법률 플랫폼이에요. 법률 플랫폼을 통해 간단한 법률 질문에 답변하거나 변호사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간단한 계약서나 내용 증명 작성은 AI로 쉽게 할 수 있고요. 변호사들 입장에서도 유사 사례를 검색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에 AI를 쓸 수 있고요. 하지만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곳에 AI를 적용하기에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로펌이 법률 AI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업무에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국내에서도 앞으로 변호사들이 AI의 도움을 받고 본인의 지식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법률 업무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다만 양진영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 같이 판결을 내리거나 수사를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AI의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이 아직 데이터 편향성이 있잖아요. 아직 인공지능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쪽으로의 도입은 천천히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거기다가 법원이나 검찰에서 내리는 판단은 도덕적·윤리적 기준이나 사회 통념이나 시대 상황 같은 것을 다 고려하는 고도의 종합적 판단이잖아요. 이것을 AI에 맡긴다는 건 무리겠죠.”
“지금 말하는 주제에 딱 맞는 조항은 아니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정되면서 AI 등을 활용해 이뤄지는 자동화된 결정을 거부할 권리와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생겼어요. 그러면 사람이 개입해서 재처리를 해 줘야 해요. 지금 웹툰의 경우에도 사람이 직접 그리지 않고 AI로 그린 그림을 독자들이 거부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이 결정해 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양진영 변호사는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거부권과 설명 요구에 대한 세부 기준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안에 대한 대통령령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대통령령 발표 전에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반영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진영 변호사에게 다가오는 AI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양진영 변호사는 법조계를 넘어 모든 사회 구성원이 AI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IT 분야에서 일하면서 신기술이 정말 많이 나왔어요. AI는 이제까지 나온 수많은 기술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편리하게 해 주는 기술을 넘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AI는 인간이 하는 것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서 인간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하죠. 그래서 AI는 법률 이슈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해요. 저는 법률가의 입장에서 AI를 바라보고 있지만 사회의 모두가 머리를 모아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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