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마약김밥과 마약핫도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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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이 문화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01 00:02:30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음식점 명칭에 ‘마약’ 단어 사용 자제를 권고한 지 두 달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세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식약처는 5월16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회에서 식품업체·음식점 영업자가 지자체에 식품접객업 영업신고서를 내거나 가공식품 품목 제조 보고를 할 때 상호와 제품명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 중인 음식점은 소비자 식품위생감시원이 직접 방문해 업소명을 변경하도록 계도하고 간판이나 메뉴판 등의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앞서 3월에는 경기도의회 박세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생안전지역에서 마약류 등 사회윤리를 현격히 저해하는 단어·표현의 상품명·상호 등 사용 현황에 대해 개선을 권고하는 내용의 ‘경기도교육청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보다 앞선 2022년 8월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식품 이름에 마약 등의 표현을 넣지 못 하게 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이 든 근거는 “최근 미성년자가 연루된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에는 마약김밥·마약떡볶이 등 표현을 남용하며 마약을 그저 ‘중독성 있는 것’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소상공인의 상표권 제한 및 영업의 자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법제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식약처에서 ‘마약 상표 사용 자제 권고’를 내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사실 이런 논란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다. 마약은 ‘중독성’의 대유법 표현이다. 김밥이나 핫도그처럼 저렴하고 대중적인 음식을 수식할 때 주로 사용된다. 스테이크가 아무리 맛있은들 중독된 것처럼 자주 먹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약이라는 단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법칙이 존재한다. 마약김밥이라고 해서 정말 김밥에서 마약을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절베개라고 하면 되고, 마약베개라고 하면 안 되는 근거는 없다.

호칭은 저변화되면서 인플레이션 되는 경향이 있다. 선생님·사장님·언니·이모가 대표적인 예다.

광장시장에 가 보니 여전히 ‘마약김밥’이 성업 중이었다. 간판도 그대로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마약김밥은 역사가 제법 되었고 어느덧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갑자기 그 이름이 지워지겠는가. 일부러 간판을 없애는 것은 더 우스운 일이다.

아류인 마약핫도그·마약매트리스·마약베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구식 표현 대신 더 강력하고 신박한 새로운 수식어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임유이 문화팀장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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