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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 있는 8월은 근현대사 인물을 기념할 기회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와 이에 배치된 반응도 관련 ‘역사 전쟁’의 본격 개막을 예고한다. 최근 광주광역시의 정율성역사공원과 육군사관학교 교정의 홍범도 흉상 논란 역시 우연이 아니다.
2023년 광복절 대통령 기념사는 독립운동을 ‘자유’의 확장 측면에서 조명하며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맹종 세력”을 경계했다. 또한 독립운동의 궁극적 목표가 자유민주공화국 수립이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역대 기념사들과 차별된다.
앞서 1일 ‘단기 4356’을 강조한 이종찬 광복회장도 윤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 불만을 표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왕조가 흥망을 반복했지만 나라는 지속됐다”며 ‘1948년 건국’과 문재인정부의 ‘1919년 건국’ 두 역사관을 다 부정했다. 한층 무겁게 다가온 것이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이승만 반(反)대한민국’론이다. 해당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직함이 가진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25일자 한겨레신문 칼럼 ‘대한민국 반체제 인물 이승만기념관이라니’에서 17세기 후반 숙종 연간의 ‘오가통사목(五家統事目)’을 들어 이승만을 폄훼했다. 농사와 재난 시 공조를 위한 편제라지만 오사통사목의 실제 목적은 백성 통제였으며 여기에 이름이 안 올라 있거나 규정을 어긴 자는 국가의 보호 밖으로 추방해 아무나 그를 죽일 수 있었다고 한다.
오 교수는 오가통사목 제정과 처벌을 조선이 ‘애민’이라는 유교국가 정체성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한 후 “그런 일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도 벌어진다”며 이승만기념관 추진을 강력히 비판했다. 문제는 이승만을 “대한민국 체제에 거역한 죄인”이라고 단정하며 내세운 이유가 근거 박약한 통설 또는 상당 부분 소명된 것들이란 점이다.
부정선거와 4·19 발포 명령은 이승만과 무관하거나 이미 그가 변명 없이 도의적 책임을 진 사안이고, 6·25 전쟁 당시 서울 시민의 곤경은 신이 아니고선 불가피했을 한계상황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오 교수는 이승만의 모든 것을 “기만과 적반하장 등 국민 배신 행적”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공로 역시 전혀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 엿보인다. 이승만학당 연구진이나 최근 이승만 전기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을 출간한 보수논객 복거일 등의 성과가 완전히 무시됐음을 말한다.
오 교수는 이승만을 “제 나라 국민을 상대로 자유·인권·법치를 짓밟은 반체제 인물”로 규정한 후 “끊임없이 자유민주주의와 반국가세력 분쇄를 외치는 윤 대통령은 이승만기념관 건립부터 멈추라”고 일갈하며 칼럼을 마무리한다.
그간 ‘민족해방론’ 관점에 따르면 이승만은 ‘분단의 원흉’ ‘미국의 괴뢰’다. 서울대 국사학과의 민족해방론 위주 학풍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승만 반(反)대한민국'설이란 또 다른 왜곡이자 몰이해로 보인다.
지역사·세계사적 지평의 역사 인식이 절실한 시대, 자국 중심의 민족주의 역사관이 시효를 다한 마당에 ‘국사학과’의 존재 의미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 지 오래다. 오 교수의 해당 칼럼에 이승만학당 측 논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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