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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현실이 어둡다. 내환·외환의 복합 위기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기업이 ‘미래를 위한 실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성장 우선 경제정책이 요청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법인세 인하, 보조금 지원 같은 인센티브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옥죄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규제 철폐를 통한 환경 개선이 요청된다. 그렇게 되면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의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도 촉진돼 국내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근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다. 구체적 수치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분기 해외직접투자(FD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간 투자는 올 상반기 234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는 39억 달러에 그쳤다. 나간 돈이 들어온 돈의 6배에 이른다. 지난해엔 나간 투자가 345억 달러로 들어온 투자 151억 달러의 2.2배였던 것과 크게 차이를 보인다.
이로 인해 국내 공장 설비들은 계속 노후화되고 첨단 공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국내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가 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제조업 공동화의 가속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를 보자. 고용과 수출로 경제를 떠받치는 대기업들의 미국행이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지은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열었다. 철강 업체들도 미국으로 생산시설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0일 주주총회에서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HMGMA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연산 270만 톤(t)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반면 국내 철강 생산량은 수요 부족과 중국산 저가품으로 인해 계속 줄고 있다. 포스코는 작년 11월 포항 1 선재공장을 폐쇄했고 앞서 7월에는 포항 1 제강공장 문을 닫았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말 포항 2공장을 폐쇄키로 결정했다가 노조와 협의 끝에 교대근무 인원을 감축하는 방안으로 조정했다.
한국은 노동 비용·규제·보조금 등을 보면 굳이 수출용 생산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고 내수도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은 다르다. 수요나 관세 면제 등에서 우리보다 유리한 게 더 많기에 기업 입장에선 더 경쟁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최소화할 방안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한국이 뛰어난 인프라와 생활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해외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규제에 있다. 외국 기업의 한국 입성을 막는 주요 규제로는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기 세무조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꼽힌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정규 근로시간(주 44시간) 외에 한 달에 72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허용하지만, 한국은 주 52시간 등 근무 시간을 규제하는 탓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한 가해자는 내버려두고 최고경영자(CEO)를 처벌하는 법에 많은 외국 CEO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게 재계 안팎의 의견이다. 이는 규제 혁파의 시급성을 말해 주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제조업 공동화를 막고,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는 리쇼어링 촉진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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