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필요악’ 사형제 왜 法대로 집행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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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05 00:02:30

미국 앨라배마주가 ‘질소가스’를 통한 사형 집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 제도가 전격 시행되면 미국 내 첫 번째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질소가스 주입 사형제는 앨라배마를 비롯해 오클라호마·미시시피주에서 법 규정으로 명문화돼 있지만 미국 내에서 실제 집행에 나선 주는 아직 없다.

스티브 마셜 앨라배마주 법무부 장관은 “여성 3명을 살해한 사형기결수 케네스 유진스가 35년간 사형 집행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기일과 집행 방법을 지정해 달라고 대법원에 서신을 보냈다.

그러자 사형제 반대단체 평등정의이니셔티브는 즉각 인체를 실험하는 끔찍한 방식이라며 반발했으나 사형 옹호론자들은 ‘질소가스 주입 사형’ 방식이 오히려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며 감싸고 있다.

질소가스 사형법은 질소가스를 이용해 산소량을 줄임으로써 저산소증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사형을 집행할 때 사형수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사형수도 약물 주사보다는 질소가스를 선호한다고 옹호론자들은 주장한다.

만약 대법원이 사형 집행에 질소가스를 활용하겠다는 앨라배마주 법무부의 요청을 승인하면 앨라배마는 미국에서 ‘질소가스 사형’ 제도를 활용하는 첫 번째 주가 된다.

‘질소가스 사형’을 둘러싼 앨라배마주의 논란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형제 제도 부활’을 연상하게 한다.

최근 들어 잊을 만하면 들리는 ‘묻지마 흉기 난동’ 소식을 비롯해 ‘정유정 또래 살인사건’까지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살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형제 부활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은 사형제가 존속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실제 집행은 하지 않고 있어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모방범죄가 빈발했는데도 정신과 질환 기록과 편부모 가정 등의 요소를 고려하며 마치 범행을 저지르게 된 배경을 이해시키려는 듯 몰아가는 분위기가 적잖게 불편하다는 여론이 있다. 정상을 참작해 ‘솜방망이’ 처벌에 이르면 피해자만 불쌍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8월30일 사형 교정 시설 4곳에 대한 점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사형집행의 결정권자인 한 장관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26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긴 했으나 ‘사형제 존속 국가’이므로 교정시설 점검은 통상적인 절차로 볼 수 있다. 곳곳에서 한 장관의 사형 교정 시설 점검에 열띤 호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잇단 범죄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법적인 보호를 기대하는 국민의 심리로 풀이된다.

사형제는 범죄에 대한 처벌 수단으로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인권과 법적 단죄의 교차로에서 지금도 사회적 함의를 도출하기 위한 항해가 계속되고 있다.

사형과 인권 간의 충돌은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형벌인 사형은 기원전 18세기 고대법의 기원인 함무라비 법전에 나와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同害報復) 형법에서도 발견된다. 그러다가 근대 형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카리아의 저서 ‘범죄와 형벌’에 최초로 사형제 폐지 주장이 담기면서 범국가적인 이슈로 등장했다.

‘인간의 존엄성’ ‘인권’을 내세워 사형제 폐지를 뒷받침하는 논리와 명분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범죄자의 ‘인권’만 중요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못된 판결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100% 집행만 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다만 요즘 들어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는 말이 사무치듯 다가오는 건 아마도 묻지마 칼부림이 가져온 사회적 해악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가혹한 법률이라도 사회가 합의한 이상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함의는 따르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형제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사형제를 폐지하든가 아니면 집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연주 y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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