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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이유는 다양한데 우리 사회가 내놓는 진단은 영 시원찮다. 쉽지 않은 문제인 점은 인정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어쩔 수 없다.
대학 동창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었다. A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어떤 길을 택해야 그 일을 오래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지속가능한 직업’을 찾고 있었다.
다른 동창 B는 경우가 좀 달랐다. 같이 근무했던 부서장에게서 인정받고 나쁘지 않은 제의까지 받았다. 하지만 B는 거절했다.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나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더 공부해서 능력을 키워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어 했다.
B에게 직업은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동네 친구들도 제각각이었다. C는 공부를 잘하던 친구였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에 희열을 느끼던 친구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명석한 두뇌 때문인지 고민이 너무 많아 보였다. 남들처럼 사춘기도 겪지 않은 친구였는데 직업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취직의 길 앞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D는 계약직을 끝내고 여기저기 면접을 보던 중 제법 괜찮은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그 회사를 고사한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의 태도가 문제였다. 면접관들의 태도가 시종일관 불친절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직업은 ‘함께하는 사람도 중요한’ 것이었다.
재밌는 일은 D가 최종면접을 고사한 뒤에 벌어졌다. 최종 면접에 가지 않은 그에게 회사의 담당 직원이 전화를 했다. 그 직원이 D에게 말했다.
“왜 안 왔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그날 최종 면접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담당자는 D에게 “연봉이 적어서 그런 거예요?”라고 묻기도 했단다. 그 기업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쪽이지 평가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으로 답한 인구는 7월까지 226만8000명을 기록했다. 2018년 185만5000명에서 2019년 209만2000명·2020년 237만4000명·2021년 239만8000명·2022년 227만7000명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 왔다. 쉬는 청년의 비중이 눈에 띈다. 올해 7월 기준 2030 쉬는 청년(66만3000명)이 4050 쉬는 중장년층(61만8000명)보다 많았다.
우리 사회가 내린 진단은 ‘돈’인 것 같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빈 일자리’ 업종 취업 청년에 대한 지원금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빈 일자리 업종은 구인난이 심한 업종을 의미한다.
청년이 빈 일자리에 취업하고 3개월이 지나면 100만 원을 지급하고 6개월이 지나면 근속지원금으로 100만 원을 더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이 목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던 ‘청년내일채움공제’가 폐지돼 꿩 대신 닭 가져다 놓은 모양새가 됐다.
이유는 다양한데 초점은 돈에만 맞춰져 있으니 이 상황이 나아질 수가 없다. 2022년 기준 청년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 21.2%가 시간제 일자리에 있었다. 최근 5년간을 보면 청년들이 첫 일자리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해 취업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반대로 첫 일자리가 전일제인 비율은 2018년 82.8%에서 2022년 78.8%로 줄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대학 진학율은 80% 수준이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처럼 만들어 놓고 정작 이들이 일할 일자리가 없는 부조화가 반복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덧씌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직장을 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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