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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은 국민연금을 불신한다. 20·30대 주변 지인과 국민연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하나같이 “내가 낸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하소연한다.
급여명세서를 보면 이해할 만하다. 직장인은 월소득의 4.5%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4대 보험 중 매력이 제일 떨어진다. 건강보험은 병원에 갈 때, 고용보험은 실업 상태에 빠질 때 돌려받을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65세까지 기다려야 받는다.
좋게 말하면 노후를 위한 장기 투자, 나쁘게 말하면 기성세대를 위한 부양비인 셈이다. 단돈 1000원조차 아쉬운 청년층으로서는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전 세대보다 주식 등 개인 재테크를 즐겨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건전재정포럼의 조사에서 청년 세대 67.2%는 국민연금이 청년들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혜택은 줄고 부담은 늘며 고갈 위험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았다.
청년층의 불신·불만이 크긴 하나 미래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국민연금에 과감히 손을 대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윤석열정부는 임기 초부터 국민연금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개혁 방안도 나왔다. 1일 보건복지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9.0%인 현행 보혐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p씩 올려 18%까지 상향하고 수급개시 연령을 2033년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늦춰 68세(2048년)로 늦추는 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면 옳은 방향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안을 통해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당초 2055년에서 2093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자로부터 공감을 얻어내느냐다. 특히 ‘부모 세대’에 비해 많이 내고 적게 받고 늦게 받을 청년들이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공감할지가 문제다. 합리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설파해야 한다. 무엇보다 합계출산율 0.7명 등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향후 5년간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약 86만 명 줄고 수급자는 240만 명 이상 늘어나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국민연금을 현행대로 두면 2055년 고갈 이후 가입자들이 소득의 26%를 보험료로 내야 수급자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전달하기 충분하다.
직역연금을 개편하는 방안도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은 10조240억 원에 달한다. 올해보다 14% 늘어난 액수다. 국민연금에 대한 내년 국가지원액이 111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차이가 크다. 공무원·군인 연금 지급을 위해 조(兆) 단위 세금을 투입하는 가운데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율을 두 배 올리겠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현재 공무원·군인 연금 수급자 1인당 국가보전금 액수는 연간 726만 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도 세금으로 연금을 보전해 준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돈이 걸린 문제인 만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청년을 상대로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여당·야당도 내년 총선에 몰두하며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퇴직연금 활성화·정년 연장 논의 등 국민연금과 간접적으로 맞닿은 사안에 대해서도 적극 소통하며 연금개혁을 성공해 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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