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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부터 경전·동해·전라선에 SRT가 투입됐다. 이로써 창원·진주·포항·순천·여수 등의 주민 약 383만 명이 수혜를 입게 됐다.
그동안 SRT는 경부선과 호남선에만 운행됐다. 국토교통부가 고속철도 노선 면허를 이 두 곳에만 발급해 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경전·동해·전라선 연선 주민들은 서울행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KTX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수서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동대구나 익산역에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경전·동해·전라선에 SRT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운행하던 경부·호남선 편수를 줄여야 했다. 현재 SRT는 총 32개 편성(1편성 10량)을 운행하고 있는데 이 정도의 차량이 투입되면 기존 노선에 운행하던 편수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따라서 수서~부산은 왕복 5회, 주말 호남선 SRT 중련(2개 편성 연결) 운행이 축소돼 전체 공급량은 줄어들었다.
표면상으로는 부산 시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국토부가 경전·동해·전라선에 SRT를 투입하기 위해 지역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반발했다. 이에 SRT를 운영하는 SR은 수서~부산 간 좌석을 추가 할당해 오히려 391석이 늘어나게 됐다. 서울~부산 KTX를 일 왕복 3회 증편해 그에 맞는 보상을 했다.
여기에 철도노조는 정부가 SRT노선 분할을 통해 쪼개기 민영화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의 공적 역할을 축소하고 SR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6월과 8월 준법투쟁(태업)을 했고 14일부터는 파업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이용객을 생각한다면 SRT 노선 확대가 아니라 수서착발 KTX를 운행하면 수서~부산 열차를 줄일 필요가 없어 합리적인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선 좌석 공급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부산~수서 요금이 부산~서울 요금보다 12% 저렴하고 강남 일대 병원 치료 방문 목적 등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부산 시민들이 저렴한 요금의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제한된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결국 이 논리대로라면 부산 시민은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다른 지역 주민들은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없어도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산과 가까운 창원·진주·김해·밀양은 그동안 서울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려면 무조건 KTX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부산 인구는 현재 330만 명이고, 창원·진주·김해·밀양 인구를 모두 합하면 200만 명으로 부산 인구의 60%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에 왕복 2회가 신설됐을 뿐이다. 수서~부산 간 SRT 운행 횟수는 35회로 17배 넘게 많다. 부산 시민들은 조금 불편해졌을 따름이지만 창원·진주·김해·밀양 주민들은 훨씬 불편한 환경에서 조그마한 혜택이 늘어난 셈이다. 동해선과 전라선 연선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철도노조의 이번 파업의 명분은 정부의 쪼개기 민영화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직무 성과급제 폐지, 임금 정액 인상, 4조2교대 전면 시행 등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쪼개기 민영화가 전혀 아니라고 해명했고 코레일도 수서착발 고속철도 운행은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노사 교섭이나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6월과 8월 노조의 태업 때문에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은 지연이 속출해 출·퇴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고 무궁화호 열차 일부가 운행 중지되기도 했다. 결국 노조의 실속 챙기기로 승객이 시간을 희생하는 꼴이다.
이번 SRT 경전·동해·전라선 투입은 환영 받아 마땅하나 극심한 지역이기주의와 자신들의 실속을 챙기려는 집단의 모습이 더욱 크게 부각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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