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금융사에도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칼럼

임진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3 00:02:40

8일 KB금융그룹의 미래 3년을 이끌어 나갈 차기 회장으로 양종회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선임됐다.

양 차기 회장은 KB금융지주 전략 담당 임원으로 일하던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전을 주도해 ‘보험업 강화’라는 KB금융의 오랜 숙원을 풀어낸 장본인으로 사내·외적으로 신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다.

다만 마음에 짚이는 점은 이제 곧 자리에서 물러날 윤종규 현 KB금융 회장과의 바통 터치 과정이 좀 급작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 자리에 오른 2014년 이후 9년간 KB금융을 이끌면서 사세를 크게 키웠다.

실제로 윤 회장 취임 당시인 2014년 308조 원 수준이던 KB금융의 자산 규모는 올 6월 말엔 706조 원으로 덩치가 두 배 이상 커졌다. 비은행 계열 강화를 위해 과감히 체질 개선을 이룬 윤 회장의 노력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금융그룹인 KB금융의 ‘사세’ 자체를 취임 당시보다 두 배 이상으로 키워 낸 윤 회장이지만 지난해 윤 회장의 연봉은 18억35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 어떤 메가뱅크의 사세를 두 배 이상 키운 CEO가 있다면 그 CEO의 연봉은 작년 윤 회장이 받은 보수인 18억 원의 10배 이상은 족히 될 것이다.

이런 윤 회장이 용퇴했다. 겉으로 보기에 윤 회장의 용퇴는 내부 이슈나 금융당국으로부터의 외부 압력 등이 작용하지 않은 순수한 결단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좀 더 복잡한 부분도 있다.

우선 올 3월 경쟁사인 신한금융에서 조용병 전 회장에서 진옥동 현 회장으로의 리더십 교체가 있었다. 4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우리금융도 같은 달 손태승 전 회장에서 임종룡 회장으로 수장이 바뀌었다. 또 다른 4대 금융그룹인 하나금융의 수장도 작년 김정태 전 회장에서 현 함영주 회장으로 교체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이 같은 상황 변화가 윤 회장의 용퇴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들 세 곳의 전임 회장들은 모두 우수한 실적을 내면서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1년까지 연임에 성공했지만 회사 내부의 각종 사건·사고 및 금융당국과의 대립, 그리고 연임에 대한 일각의 비판적 여론으로 ‘자의반 타의반’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쉬운 것은 윤종규 회장처럼 재임 기간 사세를 크게 확장시키고 대내·외적으로 큰 잡음을 일으키지 않은 경우에도 금융사 회장 연임 여부는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란 사실이다. 확실한 ‘공’이 있는 리더에게 좀 더 기회를 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다른 예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더욱 그렇다. 5년 단임제 임기가 헌법으로 규정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임기를 논하기가 조심스럽지만 현 대통령 임기는 국가를 제대로 이끌어 나가기엔 지나치게 타임스케줄이 촉박하다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이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입법부가 야당의 주도권 하에 있다면 삼권분립 국가인 우리나라에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이뤄 내도 그 정부는 사실상 ‘반쪽짜리’ 정권에 가깝다.

결국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뤄지는 총선에서 입법부를 여당이 가져와야 정부의 정책에도 힘이 실린다. 물론 이렇게 여의도 권력이 교체되는 와중에 용산의 대통령 임기는 반환점을 지나 거의 끝나 가게 된다. 그것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을 때의 얘기지 패배한다면 임기 5년 내내 ‘절름발이’ 정부가 계속되는 셈이다.

금융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통 3년인 금융지주사 회장의 임기는 수장의 리더십이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2연임이나 3연임도 가능하지만 재임 중 불가항력적인 사건·사고가 터지거나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발생하면 아무리 ‘공(功)’이 커도 ‘과(過)’가 이를 덮고 연임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온다.

수백조 원의 덩치를 지닌 금융지주사는 엄연히 사기업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재벌 그룹과 달리 특정 ‘창업주 가문의 오너십’이 없는 ‘주인 없는 회사’다. 그러면서도 금융산업의 특성 때문에 공(公)적인 성격이 강한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금융그룹의 최고 수장은 그 자리에 맞는 책임감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 금융지주사 회장은 일반 재벌 그룹의 회장들이 챙기는 보수나 다른 서구 선진국의 금융사 CEO들이 받는 급여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처럼 어깨가 무거운 우리나라 금융지주사 수장 자리는 역설적이게도 안정적이지 않고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KB금융 양종회호(號)가 안정적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 이제 지켜볼 시점이다.

임진영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온라인 판 스카이데일리닷컴과 32면 대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일간종합신문 스카이데일리(조간)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후원자 분들께는 지면광고를 하고자 하실 경우
특별 할인가격이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