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新냉전 극복 위해선 이승만의 지혜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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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3 00:02:30

북·러 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됐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의 신냉전 기류 속에 또 하나 심상찮은 움직임이다. 2019년에 이어진 김정은의 두 번째 러시아 방문을 둘러싸고 ‘무기거래 가능성’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전쟁 무기와 군수품이 필요한 러시아,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 서로의 필요가 맞물린 상황에서 사실상 뜻밖의 일도 아니다.

한·미가 핵협의그룹으로 ‘일체형 핵무력 확장억제 제재’를 약속하자 북·러가 재차 ‘군사협력’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반도로 옮겨붙었다. 휴전 협정 이래 전쟁 위험과 분단 상황이 동시진행 중인 한반도에 새로운 불씨가 날아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이라는 세계적 역학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태어났고 6·25 전쟁은 그 구도를 고착화시켰다. 이 전쟁엔 내전적·국제전적 요소가 공존한다. ‘한국전쟁(1981)의 기원’을 쓴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을 이전부터 쌓인 한반도 내부 갈등이 비화한 것으로 본다. 국제전만으로 보는 시각이 북한의 남침 책임에 면죄부를 줄 위험성이 있다면 내전만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문제다. 커밍스 교수처럼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켰는지 묻지 말라"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공산세력을 봉쇄하려 한 미국의 트루먼 독트린과 유럽의 전후 복구를 위한 마셜 플랜, 태평양전쟁과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소련군의 참전·일본의 항복 등 2차대전 종전 전후의 국제역학이 동북아에서 팽팽한 미·소 대립으로 이어졌고,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일정한 힘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두 개의 코리아는 그렇게 태어났다. 냉전의 상징이었다.

‘신(新)’ 냉전이라고들 하지만 솔직히 이 용어에 회의적이다. 냉전의 망령이 한반도를 떠난 적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냉전이란 말인가. 대한민국이 산업화·민주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북한은 적화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 그것을 명분으로 3대째 권력세습을 이어 오고 있다.

한때 그토록 강력하던 반공체제 속에서도 대한민국 내 남로당의 명맥은 끊기지 않았다. 그것이 이른바 민주화시대 이래 되살아나 지난 20여 년 미·중 밀월 속에 평화운동·통일운동의 얼굴을 하게 됐다. 한국인들은 여전히 ‘우리민족끼리’ 논리에 흔들리며 반일 정서는 손쉽게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최근 심화된 정율성·홍범도 논란 역시 냉전이 끝났다는 우리의 착각 속에 묻어 뒀던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탈냉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와 분석을 기다린다. 탈냉전이라는 게 과연 있기는 했던가.

1990년 초 소련 및 동구권 체제 붕괴 이후를 탈냉전이라고 이야기해 왔지만 ‘붕괴’되면서 냉전이 살짝 멈췄을 뿐 끝나진 않았다. 미국 주도의 일국 체제로 군사·경제·금융 자본이 세를 모으던 ‘글로벌 골디락스(Goldilocks economy·인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 경기 상태)’는 영원하지 못했다. 중국 시진핑의 ‘일대일로’에 맞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 포위에 나섰다.

북한은 한국의 역대 정부를 ‘남조선 괴뢰’ ‘미제의 식민지’라 칭했다. ‘9.19 선언’과 ‘비핵화 쇼’에 동원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끝까지 ‘종전’을 호소하며 저자세를 고수했다. ‘종전·평화협정’의 목표는 미군 철수·유엔사 해체다. 북한을 한없이 배려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돌아온 것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9.19 군사합의 파기였다.

윤석열정부의 한·미·일 3각 동맹의 고리가 공고화될수록 반동 또한 심해질 것이다. 대한민국에게 위기이자 기회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면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국내 여론을 의식해 한반도에서 철수하려는 미국을 상대로 이승만 대통령이 외교적 한판승을 벌였듯 고도의 지혜가 필요하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상호방위조약 체결 약속을 해 주지 않으면 전작권을 환수하고 단독으로라도 북진하겠다며 미국을 압박했고 반공포로를 전격 석방해 정전회담의 판을 흔들었다. 그렇게 얻어진 한·미동맹이 이후 대한민국을 유지·성장시킨 것이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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