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프리랜서 임금체불 보고만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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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이 문화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18 00:02:30

임금은 노동자 삶의 근간이다. 임금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해마다 매년 1조 원이 넘는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돈을 못 받은 노동자들은 대체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 걸까?

다른 가족의 수입에 의존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다수가 은행이나 사채업자·친인척에게 빚을 진다. 삶은 피폐해지고 평온해야 할 가정은 불화와 불안에 시달린다. 미래의 대들보인 자식을 양육하는 일도, 연로한 부모에게 자식 노릇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흔들리니 사회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부는 임금체불 해결에 미온적이다. 지난해 임금체불 피해자 수는 약 24만 명에 다다랐으며 임금체불 총액은 1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임금체불이 가장 심각한 것은 건설업계로 임금을 받기 위한 고공농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심지어 분신 소동을 벌여 간신히 체불임금을 받아 낸 사례도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고 몸에 시너를 뿌려야 간신히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임금을 고용자가 피고용인에게 베푸는 은혜쯤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사회를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제활동 종사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예술인, 농부·어부, 행상·노점상, 프리랜서’의 임금체불 문제 역시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올해 6월 기준 이들 규모는 430만7000명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140만1000명) 수의 3배에 육박한다.

특정한 적을 갖지 못했을 뿐 이들도 자기 노동력을 팔아서 먹고사는 근로자가 분명하다. 근로자임에도 근로기준법(근기법)에서 이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리랜서는 사회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직장 가입자에 비해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중이다.

지난해 A씨는 D매체의 외부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일정 기간 원고를 납품했으나 공식적인 해명 없이 원고료 240만 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담당자로부터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8개월 넘게 기다렸지만 여전히 공식적인 해명은 없었다.

할 수 없이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임금체불에 관한 내용증명을 띄웠다. 회사는 3개월 이상 아무 대답이 없다가 최근 담당자를 통해 추석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를 전한 상태라고 한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과연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 국정과제에서 임금체불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지난해 5월 취임식에서 “상습 임금체불 및 직장 내 괴롭힘 등 중대한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하에 예외 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여전히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그 총액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임금체불 문제에 있어 이 정권이 전 정권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곧 추석이다. 판에 박힌 구제책, 일회성 대안 대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주시라.

임유이 문화팀장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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