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죽겠다 싶으면 무조건 달려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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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만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0 00:02:30

한국인의 정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약 7000명에 달한다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어느 순간 자살이 삶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가 됐다.

이달 초 한국생명존중재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살 사망자는 693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6375명)보다 8.8% 증가했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자살은 자신이 자기의 목숨을 끊는 살인이다.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사회가 다 안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없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살얼음처럼 깨지기 쉽다. 어떤 자살은 징조가 있다.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같으면 주변 누군가에게 감정을 호소한다. 하지만 푸념을 들어주는 것도 한두 번이고 머지않아 주변 사람들조차 외면한다. 그때부터 영혼이 소외받기 시작하면서 말라 간다. 그 후로 생각의 늪에 빠지게 된다. 어두운 생각이 자꾸만 커져 간다. 그럴 때 병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에서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태는 악화된다. 멋진 곳에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 혹은 자기과시성 쓰레기 같은 글을 보면 악영향을 받게 되고 정신질환은 심해진다.

제일 무서운 게 본인이 병들었는지를 모르는 상태다. 이러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를 견디지 못한다. 특히 나름 생각 좀 하고 산다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생각의 늪에 빠지기 쉽다.

토닥토닥 공감이나 감성적인 이해 따위로는 치료가 어려운 게 자살 문제다. 인간 사고의 기반은 생물학적이며 실체가 있다. 나쁜 생각은 일종의 중독이다. 약물 중독만 중독이 아니다. 집착을 끊지 못하면 그게 중독이다. 때문에 자살에 대한 생각도 중독이다. 나쁜 생각의 순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어두운 생각이 자꾸만 마음을 괴롭힌다면 괴로워하지 말고 일단 가까운 정신의학과 의원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정신의학과의 상담료가 부담이 된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약물 처방을 위주로 하되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병의원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자살 충동의 가장 큰 문제는 중독성인 만큼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먹는 것이라고 한다. 자살에서 자신을 구하는 첫 번째 순서이기 때문에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약 봉투를 놔두고 잊지 않고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 건강은 몸의 건강과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마음과 동시에 몸도 스스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 신체에서 장과 뇌는 연결돼 있다. 제철 채소나 과일을 먹고 술과 담배 등 나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는 건 누구에게나 상식이지만 정신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그 다음 자살하고 싶은 원인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가. 분명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괴로움은 괴로움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나쁜 생각의 늪에 빠지기 전에 생각의 고리를 끊는 일이 필요하다. 죽겠다 싶으면 일단 밖으로 나가서 컨디션이 허락하는 만큼 무조건 달리는 것도 좋다. 달리기에 몰두하면 몸이 생각의 고리를 끊어 줄 것이다.

엄재만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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