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명품 '프라다'를 입는 귀족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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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1 00:02:30

6월18일에 열린 해외 유명 브랜드 프라다 패션쇼에 남성 두 명이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조끼를 입고 무대에 섰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걸친 조끼는 한국인에겐 매우 익숙한 조끼다.

노동조합원들이 주로 입고 다니는 투쟁 조끼였다. 한 노조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빨간색 조끼를 입은 노조 간부의 사진과 함께 ‘노조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프라다를 입은 노조’라는 표현은 ‘귀족 노조’ ‘황제 노조’를 연상하게 한다. 귀족 노조란 노조의 그릇된 행태를 비판할 때 종종 쓰는 표현이다. 자본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는 노조가 실상은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향유하는 엇박자 행보를 보일 때 힐난의 의미로 쓰는 말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귀족 노조로 종종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곳은 ‘현대자동차 노조’다. 예전에도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고 있음에도 불만 가득한 요구들로 무리수를 둔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번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선포했다. 늘 그렇듯 파업 소식보다 노조의 요구사항이 더 놀랍다.

요구안을 보면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회사 순익의 30% 성과급(주식 포함) △상여금 900% 등이다. 또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도 별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이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마치 비판을 화두 삼은 글짓기 향연이라 착각될 정도의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댓글 중에는 ‘현대차 안 살란다’ ‘현대차 차라리 해외로 옮기자’는 원초적 반응부터 ‘정년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년도 갭(gap)은 전문가·정부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 후 결정할 사안인데 특정 노조가 자기들만 혜택받겠다고 파업 의제로 삼는 건 이기주의적’이라며 시름 깊은 우려를 전하는 글도 있었다.

현대차 노조의 끝없는 과욕은 18일 노사 교섭을 통해 받아들여졌고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00%+800만 원 △격려금 100%+250만 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 원 △주식 15주 지급 등에 합의했다. 기본급 인상 규모가 11만 원을 넘은 것은 현대차 교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사측의 수용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올해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파업으로 인한 불명확한 이익 손실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처’ ‘파업은 국민이 소비자인 현대차에 부정적 이미지 각인’ 등의 현실적 여건도 속전속결로 합의에 이른 배경으로 꼽힌다.

출혈 없는 노사 교섭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번의 순탄한 교섭 과정이 귀족 노조에겐 한계치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준 것은 아닌지, 그래서 또 다른 파업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 가격이 인상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의 몫이 된다.

과연 국민은 언제까지 황제 노조에 볼모를 잡혀야 할까. 과연 국민은 어느 시점까지 귀족 노조가 ‘프라다를 입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야만 하는 걸까.

김연주 y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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