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고도 항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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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고도 항저우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5 06:30:30

▲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개회식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조조도 주유도 일세의 영웅이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네.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강물도 흘러가고 우리도 흘러가고 모든 것은 흘러가지만 흘러가는 동안 우리는 저 달빛도 이 바람도 이 술도 마음껏 즐길 수 있지 않은가. 무엇이 더 필요한가.”

송나라의 대문호 소식은 적벽에서 조조의 대군과 오나라·촉나라 연합군이 일전을 겨룬 적벽대전을 회상하고 비탄감을 토로하며 적벽부를 지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문장가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소식은 그의 호 동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적벽은 소동파가 말년을 보낸 항저우와 멀지 않다. 소동파는 좌천과 유배를 거듭하며 벼슬 생활에 부침이 유독 많았다. 황저우 유배생활 중 시간이 많았던 덕에 훙소육이라는 요리를 개발한 소동파는 항저우에서는 동파육이라는 희대의 요리를 개발한다.

큰 수해를 이겨낸 백성을 격려하고 마을잔치를 베풀기 위해 훙소육을 대접하려 했으나 실수로 동파육이 탄생한 것이다. 그의 애민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홍소육과 사촌격인 동파육은 촉촉한 돼지고기 살코기와 쫄깃한 비곗살이 고루 섞여 입에서 살살 녹아 천년의 세월을 넘어 여전히 사랑받는 음식이다. 소동파는 쓰촨성 출신이지만 항저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의 동상도 서호에 세워져 있다.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 위에는 쑤저우·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下有蘇杭)는 말로 묘사돼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로 꼽히는 항저우다. 2000년 넘는 고도답게 항저우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호·링인사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본사가 있으며 21세기 들어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한 항저우다.

엊그제 50억 아시아인의 잔치인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의 성화가 고도 항저우에서 피어올랐다. 디지털 기술의 본산답게 3차원 디지털 영상과 가상현실(VR)·빅데이터 기술을 집약한 개막식을 화려하게 연출했다. 역사의 도시가 첨단 미래도시로 탈바꿈했음을 만방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중국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것은 벌써 세 번째다. 45개국 선수 1만2500여 명이 참가해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대한민국은 39개 종목에 역대 최다인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하고도 목표는 중국·일본에 이어 종합 3위로 잡았다. 아시아 스포츠 무대는 어차피 한·중·일의 싸움이기에 3위 입상은 땅짚고 헤엄치기다.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박병헌 국제문화체육부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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