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팔 걷었지만… 저조한 실적에 보험사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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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30곳 상반기 순이익 603억 원… 전년比 23%↓
저출산·고령화에 영토확장 시급… “자금규제 완화 필요”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04 10:31:48

▲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DB손해보험 등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8곳이 종속기업으로 둔 해외법인 30개사의 올해 상반기 합계 순이익은 603억 원으로 전년동기(782억 원) 대비 22.9% 감소했다. ⓒ스카이데일리

보험사들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해외법인의 실적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점포 수는 크게 늘어나지 못했고 수익원도 다양하지 않았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두고 보험사의 자금 규제를 완화해 보험업계 해외진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8곳이 종속기업으로 둔 해외법인 30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총 6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782억 원) 대비 22.9%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보험사 8곳의 연결 순이익은 5조7871억 원에서 6조3225억 원으로 9.3% 불어났다. 해외 손익은 다소 부진했다고 볼 만하다.

조사 대상 30개 해외법인은 삼성화재 중국법인이 종속기업에서 빠지고 한화생명의 리포(Lippo)손해보험이 새로 들어간 변동 상황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동일한 상태다.

회사별로 △삼성생명 90억 원(-13.3%) △한화생명 256억 원(+1.3%) △교보생명 5억 원(-17.3%) △신한라이프생명 -10억 원(적자 지속) △메리츠화재 4억 원(-53.6%) △삼성화재 195억 원(-50.3%) △KB손해보험 36억 원(+41.0%) △DB손해보험 28억 원(+114.7%) 등의 성적을 냈다.

자산 규모도 미미하다. 현재 보험사 해외법인(30개사)의 자산은 총 4조8403억 원으로 전체 총자산(830조2100억 원)의 0.6%에 불과했다. 작년 말 증권사 해외법인(60개사)의 자산(35조2000억 원)이 증권사 자산총계(459조8000억 원)의 7.6%인 것을 고려하면 비중이 극히 낮다.

보험업계 전체를 봐도 해외시장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을 보면 2018년 35곳(법인 25개·지점 10개)이던 보험사의 해외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39곳(법인 28개·지점 11개)으로 5년간 4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외점포 지역도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에 대부분 몰렸고 동남아에는 11곳만이 진출한 상황이다.

보험업 의존도도 높았다. 해외점포 39곳 중 보험업은 30개였지만 금융투자 등 비보험업은 9개였다. 이렇다 보니 손익 격차도 컸다. 5년간(2018~2022년) 보험업 해외법인이 3억5930만 달러(약 4797억 원)의 순이익을 낼 때 비보험업 법인은 680만 달러 순손실을 입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내 보험산업은 출산율 저하·보험가입률 100% 근접 등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보험은 상품 특성상 새로 태어나는 인구가 감소하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인구 팽창기였던 1980년대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 성장률은 34.7%였지만 2010년대에는 3.5%로 급감했다. 이 기간 손해보험사의 원수보험료 성장률도 21.1%에서 6.2% 내려갔다.

보험사들도 위기를 감지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 3월 인도네시아 14위 손해보험사인 리포를 인수했다. 리포는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의 계열사로 현지에서 건강·상해보험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DB손해보험도 2월 베트남 손보사 10위 VNI와 인수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월 베트남 손보사 9위 BSH를 사들이는 데도 성공했다.

금융당국도 7월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보험사의 해외진출 길을 넓혔다. 해당 방안은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 확대 및 절차 간소화 △해외 자회사에 대한 담보제공 허용 등을 담고 있다. 은행 등 해외 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고 현지 보험영업에 필요한 영업기금 납부를 현지 은행의 신용장제도로 대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다만 보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과 자회사 자산운용 지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보험사는 △합작법인(Joint Venture) △신설투자(Greenfield Investment) △현지 보험사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위험부담이 높은 직접 투자 방식이기에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 않다. 보험사는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거나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자금차입을 할 수 있고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의 발행한도는 자기자본의 1배 이내로 한정된다.

반면 일본·영국·프랑스는 보험사 채권 발행 목적에 대해 제한을 두 않는다. 특히 일본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해외사업을 확대한 바 있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해외 보험사업에 한정해 자금차입 목적제한을 완화하거나 자금차입 범위를 확대해 보험사가 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등을 활용해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효율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보험사가 해외 보험업·비보험업 자회사를 설립한 후 안정적인 초기 정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자산운용 지원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