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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환경에서 몸집을 키운 은행주가 증시에서 여전히 저평가 받고 있다. 높은 실적 기대에도 주가는 내리고 주가수익비율(PER)은 뒷걸음치는 양상이다. 금융권은 규제에 막혀 이자이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를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를 고려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은행주의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12개월 선행 PER은 4.32배로 현 PER(5.18배)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약 10.4배)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른 은행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한지주는 4.07배에서 3.81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하나금융지주는 3.55배에서 3.24배로 PER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PER이 줄어든다는 것은 순이익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상황도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은행주는 올해 호실적을 앞두고 있다. KB금융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5조343억 원으로 전년(4조1732억 원) 대비 20.6%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지주의 순이익은 4조77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 오르고 하나금융지주는 3조8041억 원으로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최근 8개월간(1월27일~9월27일) KB금융의 주가는 4.2%·신한지주는 20.4%·하나금융지주 18.1%·우리금융지주는 9.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장 평균치를 나타내는 코스피(-0.8%) 및 코스피 200(-0.4%)의 등락률을 크게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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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은행업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은행주만 유독 저평가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100대 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 6곳(KB금융·신한지주·산업은행·하나금융·우리금융·기업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32배로 영국(0.56배)·일본(0.57배)·미국(0.98배) 등 주요국 대비 상당히 낮다. 국내은행의 BIS 총자기자본비율이 15.9%로 미국(13.9%)·일본(13.7%)보다 높은 것을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이러한 저평가의 원인은 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수익구조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최근 5년(2018~2022년) 평균 12.0%로 미국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30.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이자이익도 수수료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비이자이익은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업무수수료와 펀드·방가판매수수료 등 업무대행수수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불어난 자산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대출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989조 원에서 2022년 2541조 원으로 2.5배 불어났다. 자기자본도 15년간 96조8000억 원에서 256조9000억 원 2.6배 증가했다. 반면 순이익은 이 기간 15조 원에서 18조6000억 원으로 24%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익성 지표도 저조하다. 국내은행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2%로 미국(10.2%)의 절반 수준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산업 PBR이 낮은 이유에 대해 수익의 지속가능성 저하·은행주 보유 관련 규제에 따른 수요 제한 등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이자이익 비중이 높아 경기순환상의 금리 변화에 당기순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이 수익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고려해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는 비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하지 못하고 은행은 비금융사 지분을 15% 이상 소유하지 못해 비금융업에서 이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와 다르다. 미국은 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부수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부수업무 내용으로는 △비즈니스 기업으로서 은행의 운영을 촉진하는 경우 △은행 서비스나 상품의 내용 또는 전달 효율성과 품질을 향상하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
일본은 자회사를 ‘회사가 그 총주주 등의 의결권의 100분의 50을 넘는 의결권을 보유하는 다른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자회사대상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핀테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방안을 서둘러 시행해 은행주의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올 7월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와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및 벤처투자·해외진출 확대 등을 통해 은행권 업무와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임 연구위원은 “은행산업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제시된 만큼 영업모델 다각화에 따른 수익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통해 은행업 PBR이 개선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자산관리서비스가 투자자문업 활성화·신탁업 혁신 이외에 투자일임업까지 확대되는 것이 은행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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