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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민결사체를 지향하는 ‘공화주의 아카데미’(함운경 상임대표, 김동규·이동호 공동대표, 채진원 공동이사장)가 14일 ‘왜 공화주의인가’를 주제로 제1회 학술·교육 모임을 마쳤다.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자유주의 민주주의를 넘어 공화주의를 본격 거론한 최초의 움직임이라 주목된다. ‘공화주의 아카데미’는 당장 내년 총선을 위해 공화주의 리더십·덕성을 지닌 정치신인을 교육하고 제도정치권 입성을 도와 정치권 전반의 변화를 촉구하는 게 목표다. 이날 아카데미에선 공화주의의 법·제도·실체·철학적 가치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관한 강의와 토론이 진행됐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공화주의 아카데미’ 주최, ‘21세기 공화주의 클럽’ ‘민주화운동 동지회’ 주관, ‘한국주민자치학회’ 후원으로 성사됐다. 제1강 ‘공화의 깃발을 들어야 하는 이유’(김동규 21세기 공화주의클럽 정책위원장), 2강 ‘우리나라 헌법의 기초와 공화주의’(강경선 방송통신대 법학과 명예교수), 3강 ‘주민자치의 과거 현재 미래’(전상직 사단법인 한국주민자치학회 회장), 4강 ‘유한세계관으로 보는 공감 공화주의 이해’(윤원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5강 ‘공화주의자 연대 및 정치세력화 방안’(한면희 성균관대 철학과 초빙교수) 등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반까지 이어졌다.
함운경 상임대표의 개회사에 이 모임의 요체가 잘 드러난다. 그는 우리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거론하며 ‘민주’를 치열하게 천착한 반면 ‘공화’에 대해선 그렇지 못했음을 돌아봤다.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은 조국 사태 이후 친일-반일, 민주-반민주, 진보-보수 등 진영대결의 늪에 빠져 민주공화국의 위기를 보였다”며 “민족주의·반공주의 대안”으로 “공화주의 노선 검토”를 제창했다. 아울러 공화주의를 중심한 자유시민 결사체 필요성과 자치경험을 통한 자유시민의 성장이 강조됐다.
김동규 정책위원장은 ‘한 명의 개인이 나라 전체보다 무겁다’ ‘혈연민족주의의 끝은 전제정’ 발표를 통해 ‘공화의 깃발’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대륙에 붙은 반도국가가 스스로 시민단을 확대해가며 강대국이 되거나 아니면 대륙세력에 정복당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며 “자발적 시민권력을 통해 나라 규모를 키우고 공화정을 통해 개방·포용적 제국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 발표에 최범 문화평론가가 공공선을 위한 정치제도의 필요성을 말하며 힘을 보탰다. 최 평론가는 토론에서 “한국민주주의가 길을 잃은 현재 출발해야 할 원점이 공화주의”라며 “‘모두를 위한 국가’에서 아무도 아무것도 신성시 성역화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기독교의 신이 나 이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한 것처럼 공화국에서는 공화국 이외 어떤 것도 신성시돼선 안 된다”는 논리다.
‘헌법 가치로 본 공화주의’를 강의한 강경선 방송대 명예교수는 공화주의의 원리를 설명했다. 법의 정신에 의한 권력분립과 헌법을 통한 개인의 자유 확보야말로 공화주의의 원리임을 환기시킨 것이다. 그는 헌법정신과 공화주의의 관계 정립에 주목했다. 민족주의의 층 위에 공화주의가 형성되는 것으로 산업화 민주화를 통한 공화주의 국가 완성이 가능해진다고 짚었다. “민족주의 위에 건립된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은 이제 헌법이 목표한 민주주의와 공화국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장은 공화주의 핵심을 이루는 ‘주민자치의 과거·현재·미래’를 말했다. 한국의 읍·면·동의 현재를 “아직 민주도 주권도 없는 식민지”로 표현하며 “마을이 압축성장과 도시화 아파트화로 사라지고” 있음을 개탄했다. 관료행정이나 시민운동 차원이 아닌 개개인의 자발·자율·자주성을 통해 이뤄지는 자치회를 중요시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을 “주민자치 없는 기형적 구조”로 총평하기도 했다.
윤원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발표문 ‘유한 세계관으로 보는 공화주의’에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결합한 형태”의 우리나라 헌법 가치를 논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공화주의는 △역사·문화·공동체에 대한 애정 △개인·자연권 공공선을 위한 양도불가 권리 등의 인지로부터 출발한다. 공화주의적 자유와 시민의 권리가 개인의 권리를 역사적 공도(公道)에의 관습 내지 법 안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보는 고전적 공화주의 논리에 집중할 것을 말했다.
윤 교수가 거듭 강조한 것은 “현대문명의 핵심 제도인 시장경제·민주 공화정이 동감·본능을 공유하는 근본적으로 독립적이며 평등한 개인들의 자발적 동의에 근거할 때만 적절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시민의 동감 행위야말로 ‘맹목적 자기우선의 거부’라는 도덕 일반원칙 아래 각자 이기심을 자유롭게 추구하면서 사익·공익을 함께 증진 할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주의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점은 시민 개개인 간의 정치적 ‘동감’을 통한 정치적 결사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공화주의 연대 방안과 정치세력화’를 논한 한면희 21세기 공화주의클럽 상임대표는 “지역자치와 자유가 지속될수록 시민 덕성이 커지고 공동선을 추구하게 된다”며 자유 가치에 기반한 게 공화주의지만 “미덕과 자치를 통해 공동선을 함께 바랄 때 시민이 주인되는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 대표는 ‘시민적 공화주의’를 언급하며 “공동선은 분리된 게 아닌 연계된 본래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며 “시민 공화주의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 시민의 덕을 육성하는 형성적 기획을 현실화하고 의도하는 것으로 현실적 이데올로기 요인과 보편적 이상 요인을 매개하는 시도를 한다”고 의의를 파악했다. 그러면서 “공화주의는 보편화가 가능한 이상과 현실화 이데올로기의 두 속성을 모두 갖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시대사적 사조로서 시민적 공화주의에 주목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은 헌법 제1조를 재거론하며 “이제 겨우 ‘민주’라는 말이 생명력을 가진 수준”이며 “‘공화’는 아직 대중체험의 몸통을 얻고 실감이 나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앞으로 25년간 공화를 상기하여 헌법정신을 실현하고 건국 100년 즈음 명실상부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화주의자로서 125년의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유산 속 기초자산을 발견해 박정희시대의 자산과 부채를 극복할 것”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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