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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불안과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등 복합위기로 존폐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들 가운데 생존을 걱정하는 곳도 많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계에서 ‘경기 반등’ 신호가 나오고 있음에도 국내 전반의 기업 경기는 여전히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1363건으로 지난해 연간 기록인 1004건을 넘어섰다. 올해 10월까지 회생 신청은 1287건이었다. 다시 일어서려는 회생 신청보다 사업을 포기하는 파산이 많은 이른바 ‘데드크로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비금융 외감기업 2936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보다 금융비용이 큰 기업의 비중은 올 2분기(4∼6월) 기준 35.2%로 전년 동기(29.0%)보다 6.2%p 늘었다.
불황은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는 전국에 산재한 ‘산업단지 역할 재정립’이라는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사업체 규모는 자산총액 5000억 원 미만 규모의 중소기업이 절대 다수인 97.1%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 중견기업과 10조 원 이상인 대기업은 각각 2.3%·0.5%에 불과하다.
1960년대 울산공업단지 조성으로 시작된 한국의 산업단지는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며 한국 경제의 기틀을 완성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도로·환경 처리시설에 대한 지원과 함께 사업 시행자에게 수용권을 부여해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개발 이후에도 각종 조세 감면·고용·창업·기업 지원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이 우선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부에서 산업단지 미분양을 문제로 지적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올 9월 현재 1288개가 지정된 전국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은 2.8%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제조업 수출의 70% 이상이 여전히 산업단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제조 강국 한국의 경제와 산업단지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산업단지는 시대별로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중후장대한 중공업 기지에서 도시 첨단 산업단지를 거쳐 지금은 스마트 공장과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스마트그린 산업단지까지 국가와 지역의 성장엔진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 산업단지 유치에 열성이던 지방 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의 직격탄을 맞았고, 수십 년 기계밥을 먹으며 씨름하던 공장의 장인들은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진행되는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제구조 변화·인구감소와 소멸로 대변되는 축소시대·산업단지의 위기와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단지 활성화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투자와 기술력이 있는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지방의 산업단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균형보다 분산이 먼저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탄소 중립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에 대한 대응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의 50% 이상이 전체 국토 면적의 1.3%에 불과한 산업단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 99%·고용의 88%를 차지할 만큼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중요한 생태계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결국 새롭게 해외 공급망을 찾아야 하는 비용까지 낳기 때문에 심각한 손실이다. 중소기업의 모태(母胎) 같은 산업단지 경쟁력 제고를 통해 경제 활로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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