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5º
습도 70%
강릉 14º
습도 75%
안동 16º
습도 60%
부산 13º
습도 95%
)
문재인정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1심 재판으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으나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반민주적 불법 선거에 청와대라는 권력 최상층이 개입됐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보다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된 끝이라 허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재판은 무려 3년 10개월이라는 시간을 질질 끌어 최악의 수사·재판 지연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2018년 울산시장에 당선됐던 송 전 시장은 지난해 이미 4년 임기를 온전히 마쳤고,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었다가 2020년 국회에 입성한 황운하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불과 5개월여 남겨 놓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절친’인 송철호의 당선이 소원이라고 말한 데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청와대 비서실이 당시 야당 소속 시장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낙선시키기 위해 경찰을 동원해 불법 수사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대통령 비서실과 경찰이 합세해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든 중대 범죄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에 대해 “경찰과 대통령 비서실을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 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공익 사유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문제는 문재인정부 내내 재판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명수 사법부가 유독 고질적인 ‘재판 지연’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 사건은 특히 정권 눈치보기에서 비롯된 고의적인 재판 지연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첫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 3개월 동안 본재판을 열지 않았고, 그 이후에는 병가(病暇)를 내고 빠져나갔다. 이는 법의 정의 실현을 방해한 ‘법치 문란 행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송 전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청와대 비서실과 경찰 조직의 공적 기능과 역량을 사적으로 악용했다. 하지만 과연 송 전 시장이 대통령 비서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을까? 이 사건으로 울산시장 재선에 실패했던 김기현 대표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헌법 파괴 정치 테러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문 전 대통령·임종석 전 비서실장·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송철호·황운하 외 사건 관련 피고인들에게도 실형 선고를 내렸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징역 3년, 황 의원과 함께 하명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번 선고는 국민의 마음에 허탈감을 안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만시지탄의 ‘지연된 정의’로 정의의 칼날이 무딜대로 무뎌진 탓이 크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치 용의 그림에 눈동자가 빠진 듯 중요한 퍼즐 조각이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은 결국 ‘관권 선거’다. 이번에 발표된 법원의 판결은 ‘미완의 수사’에 한정된 것이다. 당시 최고 권력의 위치에 있던 인물들을 지적하며 수사 진행을 촉구한 김기현 대표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꼬리 자르기가 아닌 윗선까지 파헤치는 수사와 재판으로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3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