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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패착 ‘공수처’ 존폐 위기… 조직 내홍 ‘점입가경’

공수처 부장검사 “정치편향·인사 전횡만 남았다” 폭로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尹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지시”
바닥 떨어진 공정성… 절정 이른 ‘감찰 착수·고소 내홍’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4 19:20:4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잇단 내홍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1년 출범 이후 ‘편향·부실’ 수사 논란에서 벗어난 적이 없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뇌부를 공개 비판한 구성원에 대한 감찰 및 법적 조치가 예고되면서 공수처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원년 멤버들도 임기 만료 전에 조직을 줄줄이 떠나는 등 내부 갈등이 수면으로 오르며 극한 대립 구도를 그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진욱 처장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로 다가오며 존폐위기설까지 거론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1부 인권수사정책관인 김명석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법률신문 기고 글에서 “공수처에 대해 떠오르는 건 ‘정치적 편향’ ‘인사 전횡’ 두 단어밖에 없다”며 공개적으로 지휘부를 비판했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 2인자 여운국 차장이 수사 경험이 없는 검사에게 사건 배당을 지시한 뒤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목적으로 표적 감찰을 단행했다는 충격적인 내부 고발로 받아들여진다.

김 부장검사의 폭로에 대해 수뇌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내부 갈등의 골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있다. 그는 공수처 분위기를 두고 ‘잡부와 같은 심정’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구성원들은 인력 시장에 나와 있는 잡부와 같은 심정으로 지낸다”며 “어느 날 출근을 해보면 전날 퇴근 이후에 인사 명령이 공지돼 있고 그런 공지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뜬다”고 폭로했다.

김 공수처장은 김 부장검사가 이 같은 기고내용을 내부 보고 없이 게재한 것을 두고 규정 위반에 따른 감찰을 지시했다. 공수처는 언론에 “외부 기고를 하려면 공수처장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해명했다. 그의 기고에 언급된 여운국 차장검사는 즉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 부장검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하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일 여 차장검사의 고소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출발부터 잡음이 강했던 공수처 내부의 불균형이 끝내 폭발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출범 3년 차… 온갖 논란에도 실적 ‘제로’에 가까워

공수처에 대한 전·현직 구성원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년 멤버 김성문 전 부장검사와 예상균 전 부장검사 등은 퇴직 후 공수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각각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 “지금의 인적 구성으로는 수사에 전념할 수 없고 결원이 발생하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다”고 혹평했다.

공수처 수사3부 소속 김숙정 검사가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하며 공수처 1기 검사 13명 중 10명이 나갔다.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조직 규모를 확대해 조직체계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후 공수처 정원을 2배가량 늘려야 하며 수사 조직을 전문화·세분화하는 등 직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내홍은 수사 초기부터 예고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수처는 출범 당시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대통령 친·인척,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7000명 정도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기관을 표방했지만 정작 내부는 삐걱대는 모양새였다는 것이다.

2019년 12월 문재인정부가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한다며 공수처법 입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건 지정)으로 강행 통과시켰으며 이로써 국내외 사법 체계 사상 유례없는 공직자 범죄에 기소·수사권을 모두 갖는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설계됐다. 당시에도 이른바 검찰 위의 검찰이라는 ‘옥상옥 구조’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들이 대거 포진할 것이라는 ‘정치편향’ 논란이 불거졌었다.

출범 후 3년을 맞도록 사실상 이렇다 할 수사 성과조차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올해 1479건을 직접 처리했으나 재판에 넘긴 사건은 하나도 없으며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직접 공소를 제기한 사건은 3건에 불과하다.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은 5건으로 4차례 구속영장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 정원은 85명으로 검사 25명·수사관 40명·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됐으나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정원이 채워진 적이 없다. 2021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에 이어 이듬해 민간인·언론인 사찰 논란이 빚어지며 수사의 공정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에 더해 차기 공수처장 자리도 흔들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차기 공수처장 1차 후보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8명으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7명은 각자 3명 이내에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최대 21명까지 추천할 수 있음에도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 수치다. 후보군에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상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민석·오동운· 이혁·이천세·이태한·최창석 변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추천위는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 2명을 추릴 예정이며 대통령은 이 가운데 1명을 차기 공수처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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