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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아이러니한 존재다. 불량함의 윤리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세상의 가치에 반하고 질서에 순응하지 않으며 권력이 쳐 놓은 질서를 애써 거부하는 불량함을 통해 시인은 삶과 세상을 성찰한다. 비윤리 또는 탈윤리가 윤리가 되는 것이다.
종교적 교의를 설파하고 정치적 이념을 선전하여 사람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것 역시 시인의 윤리가 아니다. 그것은 시인이 갖지 못한 또는 시인이 이미 버리고자 한 권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시가 권력에 복무할 때 시인은 타락한다.
시인은 자유와 윤리를 실천하기 위해 소수자여야 하며 사회적 기득권의 혜택과 지배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시인은 윤리적일 수 있다.
신간 ‘소수자의 시 읽기’는 세 가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소수자의 언어인 시를 읽는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시인 중 소수자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뜻이다. 마지막 하나는 소수자로서 자신이 시를 읽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인들은 아직 문단에 이름이 크게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아직 활동이 미미한 신진 그룹에 속해 있거나, 오래 시를 써 왔음에도 숨어서 활동해 온 시인들이다.
저자는 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의 시에, 우리 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한다. 새로움은 그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시인들을 다루고 그들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저자 역시 소수자임을 밝힌다.
이 책은 ‘소수자’라는 세 가지 의미를 집약하면서 시와 시인에 대한 성찰과 사랑의 여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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