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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의 임금 대비 먹거리 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5%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5.9%·2022년 5.9% 상승에 이어 3년 연속 5%를 넘은 것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먹거리 물가상승은 다른 품목에 비해 체감 고통이 크다. 특히 한 달 수입이 적은 가구일수록 고통은 가중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경우 외식비를 포함한 식비가 가처분소득의 절반에 육박하는 44.4%로 나타났다. 먹거리 물가상승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궁지로 내모는 상황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미움을 사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에게는 숨은 가격 인상이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동원F&B 등이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의 중심에 섰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숯불향 바비큐바’ 중량을 이달 초 280g에서 230g으로 줄였다. 동원F&B도 ‘동원참치 통조림’ 중량은 100g에서 90g으로, ‘양반김’은 5g에서 4.5g로 변경했다.
가격은 동일하지만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 사례도 늘고 있다. 스킴플레이션은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BBQ는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만을 사용하던 튀김유를 ‘블렌딩 오일(올리브유 50%·해바라기유 50%)’로 변경했다. 롯데칠성음료도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기존 100%에서 80%로 낮췄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인상을 예고했다가 정부의 압박에 철회한 식품기업도 속속 등장했다. 풀무원은 ‘초코그래놀라’ ‘요거톡스타볼’ ‘요거톡초코 필로우’ 등 요거트 3종의 편의점 가격 인상을 시도하려다 철회했다. 롯데웰푸드도 햄 제품인 빅팜의 편의점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물가 안정을 이유로 취소했다. 지난달 27일 오뚜기는 ‘3분 카레’ ‘토마토 케찹’ 등의 제품가격을 4.8~17.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당일 저녁에 철회했다.
문제는 식품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핑계로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이들의 영업이익이나 현금 보유량 등은 늘어났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16개 주요 상장 식품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8982억 원으로 전년 동기(7032억 원) 대비 2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평균 6.8%로 전년 동기(5.0%) 대비 1.8%p 상승했다.
이에 정부가 ‘물가 잡기’에 나섰다. 각 부처 차관을 물가책임관으로 임명하고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계부처와 소비자자단체·한국소비자원 등과 공동으로 간담회를 열어 가공식품에 대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를 완료 후 발표하겠다고 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마다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거나 용량을 줄였던 것은 예전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식품기업은 소비자들이 체감할 때까지 가격을 올리고 용량을 줄이다가 논란이 되면 가격인상을 철회하면서 정부의 눈치를 본다. 문제는 인상된 식품 가격은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도 인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고물가에 보릿고개를 넘고 있을 때는 가격인상이나 꼼수 판매를 자제하는 게 기업 이미지 관리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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