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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로 연말 부동산시장에 다시 거센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매물만 쌓이고 있는 모양새다. 대출이자 부담이 크지 않은 집주인은 무리하게 호가를 낮출 필요가 없고 매수자 역시 관망세가 커지면서 거래량이 주춤하고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의 줄다리기가 지속되자 아파트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11월2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6월 셋째 주 이후 이어진 아파트값 상승세가 23주 만에 꺾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 역시 5월 넷째 주 이후 28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돌아섰다.
부동산시장 악화와 거래절벽이 이어지며 중개 관련 기업에는 한차례 칼바람이 불었다. 국내 프롭테크 업계 1위 직방의 자회사 직방파트너스는 최근 대규모 권고사직을 시행했다. 직방파트너스는 공인중개사들과 제휴를 맺어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을 담당한다. 올 4월에는 전체 임직원 약 10%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작년 직방의 영업손실은 370억 원 규모로 적자 전환한 2021년(82억 원)의 4.5배에 달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경매 물건은 쌓이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81건으로 작년 동기(162건)보다 119건 늘어났다. 인천은 작년 동기(131건)보다 76건 늘어난 207건이고, 경기도에선 349건 증가한 679건의 아파트 경매가 진행됐다.
집값 하락기에 호가를 내리지 않고는 버티기가 불가능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구매한 사람)의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낙찰률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11월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281건 가운데 80건만 낙찰돼 낙찰률이 28.50%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권 인기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에도 유찰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속 부동산시장 한파를 녹이고 국민 주거 안정을 책임질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상황이다.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윤석열정부는 국토부 내부 출신이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주택·토지 정책 전문가를 선택했다.
윤 대통령은 4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명했다. 박상우 후보자는 주택 정책을 다루어 온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던 2010∼2012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을 지내면서 이명박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총괄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때 LH 사장으로 임명돼 문재인정부에서 3년 임기를 마쳤다.
박상우 후보자는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 정책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펴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의 입장을 갖고 시장을 대하도록 하겠다”며 “다만 정부가 너무 시장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박 후보자는 “소득 대비 너무 지나치지 않은 지출 범위 내에서 가족이 단란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이 바로 집”이라며 “그런 집들이 많이 공급돼 누구나 자기 형편에 맞는 튼튼하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박 후보자는 “매매가격이든 전셋값이든 전세사기 문제든 부동산 때문에 억장이 터지고 가슴 답답한 일이 안 생기도록 막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대표적 요인이 주택 비전문가의 마구잡이식 정책 남발이다. 과도한 시장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주택정책 전문가인 박 후보자의 포부가 성공적인 정책 방향으로 도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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