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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팔 걷고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과 함께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20년 동안 2016년·2017년 두 해를 제외하고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명예롭지 못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병이 매우 깊다는 걸 나타내는 지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이 2022년 25.2명인데 이 수치는 OECD 평균치(10.6명)의 거의 2.5배에 해당한다.
자살이나 자살 시도를 마음의 병, 즉 정신질환의 한 현상으로 본다면 이는 육신의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의 대상이다. 하지만 자살을 비롯해 조현병·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사회의 왜곡된 시선과 인식으로 쉬쉬하며 감추거나 덮어둠으로써 그에 수반되는 부담과 책임이 오롯이 개인과 가족의 몫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주도의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 대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더 이상 개인 문제로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환자 본인과 가족이 가슴앓이 하며 떠안았던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정신질환 문제 역시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날 정부는 ‘정신건강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4대 전략 및 핵심과제를 밝혔다. 4대 전략으로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 구축 △정신 응급대응 및 치료체계 재정비 △온전한 회복을 위한 복지서비스 혁신 △인식개선 및 정신건강 정책 추진체계 정비 등 정신건강 정책 혁신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국민 정신건강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올해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으로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22)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판정을 받고도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관리는 곧 사회 안전과 직결된다는 걸 보여 주는 사례다.
정신질환자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약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살인·강간 등 ‘5대 강력범죄’ 피의자 중 정신질환자는 2018년 4774명에서 지난해 6052명으로 26.8%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된 영향도 있지만,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에 사회적 관리가 미치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중증 정신질환의 사회적 관리란 치료뿐 아니라 조기 발견과 사후 조치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걸 의미한다. 이 시스템을 단계별로 보완하여 정신질환 치료 중단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현상을 차단하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 대책에서 청소년과 노인층의 정신건강 관리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자살률을 놓고 봤을 때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70·80대 인구의 정신건강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해 세대별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80대 60.6%·70대 37.8%로 20대 21.4%·30대 25.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정부는 ‘정신건강 정책 비전’을 선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각 세대별 맞춤 정책으로 빈틈을 촘촘히 채워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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