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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최종감사 결과가 국민을 슬프게 한다. 관계 부처들이 귀중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소홀한 것은 물론 사건을 은폐·조작해 국민을 기만하는 일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그간에 제기됐던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가히 충격적인 국기문란이다.
이 사건은 2020년 9월21일 새벽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것이 확인된 후, 다음 날인 22일 북한 해상에서 발견됐으나 그날 저녁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고 시신이 소각된 사건이다.
감사원 발표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당시 문재인정부는 크게 ‘피살 방치’와 ‘월북 조작’ 두 가지 점에서 피해자는 물론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지질렀다.
문 정부는 사건 당시 이씨가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된 후 생존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안전보장이나 구명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이씨가 실종된 다음 날인 22일 북한 황해남도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는 정보가 입수됐으나 국가안보실·합동참모본부·통일부·국방부 등에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더 어이없는 건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소각된 이후에는 이를 은폐·조작하려는 움직임이 조직적·총체적으로 신속히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은 등한시하면서 정권 수호를 위한 정치적 계산에는 조작과 거짓을 동원해 민첩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시나리오에 맞춰 과정을 총체적으로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올해 1월 이런 시나리오의 배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핵심 동기가 문 전 대통령이 이씨 피살 3시간 후에 유엔총회에서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화상 연설을 하는 데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했다.
결국 ‘종전선언’에 집착했던 문재인의 유엔 연설 모양새를 살리기 위해서 북한이 표류하는 남한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가증스러운 것은 각 관계 부처들이 이씨가 피살되기 전 북한에 그의 구명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북한군에 산 채로 잡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사후 조작을 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특히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예하 부대 군 내부 정보망에 올라온 이씨 피살 사건 관련 자료 5417건과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첩보 75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이 드러났다. 또 국방부는 이씨가 피살된 것을 인지한 후에도 북측에 이미 사망한 이씨를 구조해 달라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는 ‘쇼’를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씨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 조사를 ‘정치 보복’이라며 억지 주장으로 모면하려는 모습이다. 지난해 문재인은 감사원이 서면조사를 통보하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또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 사건 관련해 밝혀진 사실을 두고 윤석열정부의 ‘정치적 망상’이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이 발표한 최종감사 결과는 문 정부가 정권 차원의 조직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당시 정권의 최고 책임자였던 문 전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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