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구축함 7.8조 수주 경쟁… 현대중·한화 ‘날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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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 ‘공개경쟁입찰 가닥’ 보도에 방사청 “미정 상태”
현대중은 수의계약, 한화는 경쟁입찰 요구… 조만간 결론
특혜 논란에 정치권까지 가세…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8 18:35:55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디자인=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KDDX 사진 출처=HD현대중공업)

7조8000억 원 규모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군의 전력 강화와 함께 국내 조선업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이 조만간 업체 선정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업체 선정 방식을 놓고 각각 ‘수의계약·경쟁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복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수주는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데, 방사청은 경쟁 계약 등 사업 추진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이날 밝혔다. KDDX 사업은 기본설계를 진행한 HD현대중공업과 경쟁입찰을 요구하는 한화오션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선정을 둘러싸고 물밑 경쟁을 하고 있다.

KDDX 사업은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며 2030년까지 6000t급 이지스함 6척을 실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의 4단계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으며, 현재 남은 단계는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이다.

현대중공업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취하면서 한화오션과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대립의 중심에는 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사건 관련 법정 공방이 놓여 있다. KDDX 사업 부조리의 핵심인 2019년 국군 방첩사령부와 방사청의 부적절한 처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 측은 관련 재판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유출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고 임원이 유출에 가담한 의혹이 있다며 법대로 하자는 처지다.

정치권도 나섰다. 서일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3일 “방위사업청은 특혜 논란이 이는 KDDX 수의계약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과 원칙에 따르라”는 성명을 내고 “KDDX 사업은 기본 설계를 진행한 측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던 만큼 상세설계 사업은 마땅히 경쟁입찰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HD현대중공업 측은 “기본설계 수행 업체로서 설계 연속성 및 전문성 확보 필요하다”며 “KDDX 프로젝트는 방산물자로 지정되어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으로 기본설계 단계에서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획득했다”고 맞서고 있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했으며 대표나 임원의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찰 참가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관련해 방사청은 곤란한 입장이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3항과 방위사업 관리 규정 89조에 따르면 방위사업 계약의 방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며 특정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애초에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KDDX 프로젝트는 방산물자로 지정돼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이 됐다. 방사청은 이 때문에 논란에도 불구하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한다는 판단을 내렸으나 법정 문제로 KDDX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는 반론이 부각된 것이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방사청 측의 입장을 설명한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로 방사청이 매우 큰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세설계 관련 경쟁입찰 전례가 없어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본설계를 한 적이 없는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게 되면 사업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법정 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사업 지연 및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법정 분쟁으로 번지게 되면 해군의 차기 구축함 전력화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며 “기본설계 없이 상세설계를 진행하면 시공 및 유지관리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의하는 데 어려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