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대학교육에 부정적 입장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로 비싼 학비도 꼽혔다. 미 대학들 등록금 비싼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결국 비싼 값을 못한다는 뜻이다. 이번 갤럽 조사에선 대학이 인종‧성별 갈등을 부추겨 온 ‘문화전쟁’의 진원지라는 게 가장 큰 이유임이 드러났다.
갤럽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상당히 또는 꽤 신뢰한다’ 응답자가 36%에 불과했으며, ‘어느 정도 신뢰한다’ ‘전혀 내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응답률이 각각 32%였다. 이는 미국 내 다양한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3∼23일 실시된 여론조사의 일부다. 전화 설문과 갤럽 패널 2000여 명 대상의 온라인 설문‧응답 결과가 반영됐다.
문화전쟁의 중심에 ‘젠더 이데올로기’ ‘비판적 인종이론’(CRT)이 있고 그 선도자들은 대부분 대학교수, 특히 주로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들이다. CRT에선 15세기 대항해시대 이래 인류사를 백인남성에 의한 패악의 역사로 간주하며 모든 것은 이 관점에 따라 재해석돼야 한다. 그로 인해 대학 커리큘럼에서 기존의 세계 명작 고전들이 배제되고 있다.
임상심리학자 조지 피터슨(현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은 이런 현실에 대해 저서와 유튜브방송 등으로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왔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부정하며 성별을 개인이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젠더이데올로기와 그에 기반한 급진 페미니즘을 비판한 것이다. 양성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논리를 편 피터슨 교수가 특히 한국 청년 남성들에게 인기라는 점이 우리 사회 젠더갈등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미국인들의 고등교육 신뢰도가 2015년부터 확연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2015년 갤럽 조사 응답률에선 ‘고등교육을 상당히 혹은 꽤 신뢰한다’ 57%, ‘전혀 내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10%였다. 공화당원들에게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고등교육을 상당히 신뢰한다고 답한 공화당원 비율이 56%에서 20%로 반 이상 축소된 반면, 신뢰 안 한다 응답률은 11%에서 50%로 늘었다.
2015년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 끝무렵이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 8년 이어진 최초의 비(非)백인 대통령 임기 동안 성탄절 인사 ‘메리 크리스마스’가 ‘해피 홀리데이’로 대체된 것에 비기독교인을 배려한다는 논리가 동원됐다. 서류 성별란에 남‧녀 외 동성애‧성전환자를 뜻하는 LGBT를 밝힐 수 있게 된 것 역시 오바마 시절의 일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기독교)보수층 반발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이끌어 낸 배경의 하나였다. 2020년 대선 결과에 트럼프 측이 불복하며 소동을 겪었으나 민주당(조 바이든) 정부는 굳건했고, 오바마 정부의 기조를 이어 이후 미국인 여권 성별란엔 Q(모름‧미정)와 X(일정치 않음)까지 등장하게 된다. 본인 의사에 반한 성별 구분은 인권침해 사유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 고등교육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미국인의 41%가 정치적 의제 강요를 이유로 들었다. “대학이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도록 놔두지 않거나 지나치게 진보적인 세계관‧가치관을 가지도록 세뇌하려 한다”는 것이다. CTR·젠더이데올로기로 대표된 문화전쟁의 주도자가 미국 대학들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응답자 37%는 교육의 내용 구성에 대한 불만을 열거했다. 대학이 ‘관련 기술‧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학위가 별 의미 없다’, ‘구직에 도움이 안 된다’ 등이 열거됐다. 28%는 고액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부담 등 비용 문제를 무겁게 봤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 대학의 연간 등록금이 사립은 4만2152달러(약 5천800만 원), 주립대학 등 공립은 1만∼2만3000달러(약 1400만∼3200만 원) 수준이다. 하버드·예일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의 경우 연간 6만 달러(약 8300만 원)나 된다. 책값과 주거 등 생활비까지 더하면 1년에 10만 달러(약 1억3800만원)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가 역시 미국 대학들과 유사한 현상이 주류다. 교수직의 압도적 다수가 미국 유학으로 박사 학위를 얻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과 세상을 보는 근본적 시각에 영향을 줄 인문학 관련 분야에서 지난 20여 년 미국 학계 경향의 직수입이나 다름없었다. 이것이 근년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 심화를 뒷받침한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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