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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백성의 믿음이 무너진 나라는 망한다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02 06:31:02
 
▲ 최문형 동양철학자‧작가‧성균관대 교수
자유와 해방·평등을 울리는 2024파리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성화는 7월14일 프랑스 대혁명기념일에 파리에 도착했고, 성화 봉송에는 한국의 BTS 진도 참여했다. 북한 선수단도 파리에 들어왔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적어도 대표선수 수만큼의 감시원이 동행했을 것이다. 경기 일정 동안 우정과 열정을 나누며 자유로운 시간을 즐겨야할 북한의 젊은 선수들은 숙소에 갇혀 밖에 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그들을 가둔 가장 큰 이유는 탈북 예방이다.
 
북한 정권은 지구상에서 가난하고 불쌍하게 사는 남한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백년 가까이 주민을 세뇌했지만 이제는 남한의 자유와 풍요의 공기를 막아 낼 수 없게 되었다. 남쪽의 드라마와 노래가 들어가고 휴대폰과 가전제품도 로고를 지워 몰래 인기리에 거래된다. 이제는 남한 말투만 써도 처형되는 지경이 되었다.
 
십수 년 전 여러 차례에 걸쳐 ‘남·북·중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주로 옌볜대에서 개최되었는데 당성이 좋은 학자들에게도 감시원이 따라붙었다. 자신을 김일성대학 이모 교수라고 소개한 보위부 요원은 술자리에서 본인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맛있는 안주를 곁들인 좋은 술이 그의 본분을 흐려 놓았던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감시원의 존재에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이야말로 단장 교수의 충성심을 확인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60세를 훌쩍 넘긴 그는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영도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메여 말하는 그의 태도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사실 북한 학자를 만나는 우리들의 가장 깊은 궁금증은 그들의 충성이 강요된 것인가 아니면 진정 충심인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렇게 확인을 했다. 10년 전 그가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수령과 체제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나름 행복하게 산 셈이다.
 
최근 북한의 고위층과 외교관 및 김정은 일가와 지근거리에서 일한 사람들의 탈북 소식이 전해진다. 그들의 탈북 동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난과 불편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켜 왔던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 밑바닥에는 인간의 근원적 존엄성을 훼손함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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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이 있다. 이 본성은 자연이고 생명이다.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북한 지도층의 만행은 백성에게 본능적 분노를 부른다. 불신과 배신감·분노는 그들에게 용기를 주어 목숨을 걸고 신뢰와 자유의 땅으로 향하게 한다.
 
공자는 백성이 많으면 부유하게 해 주어야 하고 그들이 부유해지고 나면 진리를 깨우치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공자의 나라 중국 대륙은 복지와 교육에 매진했다. 환과고독(鰥寡孤獨·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처지)을 거두는 공자의 대동사회는 나라가 가난할수록 더 힘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1614년에 리스본에서 포루투갈 출신 모험가가 쓴 ‘페르남 멘데즈 핀토의 편력(Peregrination of Fernam Mendez Pinto)’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책에는 500개 소가 넘는 북경의 요양복지원·어린이 요양복지원 등 중국의 구빈·복지제도가 자세히 나와 있다. 또한 맹인 등 지체 결함이 있는 사람도 그가 가능한 적절한 기능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었고, 가난한 이를 구제하는 일은 황제의 내탕금으로 지불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서구 국가들이 행하는 교육과 복지제도의 근원이 공자 사상에서 연유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자가 강조한, 나라가 유지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리는 따로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백성의 믿음이다. 치자(治者)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백성은 굶주림쯤은 견뎌 낸다. 현재를 버티면 미래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꽤 오랫동안 백성을 ‘가스라이팅’해 왔다. 백성의 눈과 귀를 막고 선전·선동으로 공포정치를 지속했다. 내가 경험한 것을 돌아보면 한동안은 그들의 스토리텔링이 잘 먹혔던 것 같다. 신중한 노교수의 눈물이 그것을 입증한다. 이러한 국민의 충성심은 북한 체제를 받치는 기둥이 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속지 않는다. 탈북한 동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화려한 거리와 풍부한 먹거리만이 아니다. 그들을 감쪽같이 속인, 바보로 만들어 노예처럼 부려먹은 북한 지도자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한민국을 그저 누리고 살 수만은 없다. 분연히 일어나서 사람을 사람 취급 않는 북한 체제를 고발한다. 그렇게 한반도 윗부분의 체제는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그것이 자연이 아닐까! 믿음이 무너진 나라의 붕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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