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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차 시장이 둔화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판매 부진이 국내 전기차 시장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시장 침체를 넘어 국내 대표 전기차 기업의 경쟁력 약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22~2024년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수입차와 타 국내 브랜드의 판매는 오히려 증가해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자동차등록통계월보를 살펴본 결과 이러한 현상은 더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차그룹의 급격한 판매 감소에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23년 상반기 6만2758대, 2024년 상반기 3만3388대로 46.8% 하락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외 브랜드 전기차 판매 수치가 크게 늘었다. 2023년 상반기 1만5646대, 2024년 상반기 3만2063대로 104.5% 증가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테슬라의 성장세로 국내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밀릴 만큼 소비자들에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1만 6461)보다 많은 1만7380대가 판매됐다. 역대 최대 판매량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365.7%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 중에서는 국내 업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시작되자 올해 상반기 테슬라가 모델3와 모델Y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테슬라는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산에서 중국산 배터리로 교체해 1000만~2000만 원 안팎으로 낮춘 결과 최종 가격은 5300만 원 수준이다.
1년 만에 주력모델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소비자들의 수요를 끌어당긴 것이다.
테슬라 외에도 수입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 전기차 등록대수는 1만5268대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83.5% 늘어 2만8021대를 기록했다. BMW·벤츠·볼보·폴스타 등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과 금융 혜택을 제공한 것에 따른 영향도 컸다.
이에 따라 수입 전기차와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품질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라고 해서 소비자가 무작정 믿고 구매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오히려 수입 전기차에 의존도가 높아진 데는 현대차그룹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일한 태도가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CCU(통합 충전 제어 장치) 고장으로 16만9932대가 리콜 대상이 되면서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했다. 수리만 생각해 국산 차 구매하는 건 옛말이고, 전기차 캐즘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캐즘이다”며 “이러한 상황은 수입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강화와 현대차그룹의 품질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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