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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흔히 부산에 놀러갈 때는 바다를 생각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주로 바다를 구경하며 인근 관광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코스를 택한다.
아직까지 더운 이때 부산에서 그래도 비교적 시원하고 공기 좋은 곳이 있었는데 바로 금정산성이다. 이곳은 북구와 금정구 중간에 있으며 1971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문화유산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워 인근 백년가게를 한번 찾아봤다. 다행히 눈에 들어오는 가게가 있었는데 바로 흑염소와 오리고기 전문점인 ‘창녕집’이다.
금정산성 유일한 백년가게 음식점… 이전 거주지 본따 상호 결정
‘창녕집’은 금정산성에서 유일한 백년가게 음식점이다. 현재 김철화 대표가 부모님의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가게가 있는 곳은 부산 금정산인데 상호가 왜 ‘창녕집’일까. 김 대표는 상호가 그렇게 된 것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다.
“원래 제가 경남 창녕이 고향이고 부모님도 창녕에서 농사를 지으셨어요. 이후 12살 때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때는 이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농사를 짓거나 흑염소랑 오리를 키우는 농민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이 주변에 등산 코스가 있어서 등산객들이 많거든요. 등산을 하다가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하면서 안줏거리를 찾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가 등산객들을 상대로 흑염소를 잡아 요리한 것을 팔았죠. 이후 정식으로 식당 영업을 하며 저희가 살았던 지명을 본따 ‘창녕집’으로 상호를 지었습니다.”
대중적이지 않은 흑염소… 어떤 요리인가
흑염소 고기는 평소 잘 접하지 않거나 그런 요리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한약 재료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김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흑염소 고기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대중에게 친숙한 음식은 아니라는 것과 흑염소가 한방용으로 많이 쓰인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염소 고기도 정말 맛이 좋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누린내가 나는 음식이라고 표현하지만 이 냄새를 잡고 갖가지 재료를 넣어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 흑염소의 누린내를 잡을 수 있었을까.
“정말 여러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한약으로 냄새를 잡으려고 시도했어요. 한약과 소주를 섞어 거기에 담가서 불고기 요리를 해서 먹어 보니 정말 맛있었어요. 하지만 한약 냄새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하면 완화할 수 있을까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의 레시피가 탄생하게 된 거죠.”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창녕집’의 대표 메뉴인 흑염소와 오리불고기를 맛보고 싶어졌다. 이윽고 테이블에 두 메뉴가 차려졌는데 겉보기로는 소고기나 돼지불고기와 비슷했다. 특히 상추·김치 등 밑반찬에 눈이 갔는데 모두 김 대표가 텃밭에서 직접 지은 채소들이다.
먼저 흑염소불고기를 맛보았는데 김 대표의 말처럼 전혀 누린내가 나지 않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소스에 찍어 상추에 싸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양념된 오리불고기는 매콤한 맛이 특징이었으며 식감도 보통 불고기보다 더 부드러웠다. 김 대표는 오리불고기가 고추장 양념을 그냥 바른 것 같지만 뽕나무와 다시마 등을 끓인 물로 우려낸 다음 고추장에 배나 양파를 넣어 숙성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기도 맛이 좋았지만 이렇게 많은 밑반찬을 직접 재배한 채소를 써서 만들려면 힘이 많이 들지 않을까? 김 대표는 그래도 내 밭에서 나는 채소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 때부터 밭에서 나는 채소를 썼어요. 밭과 식당이 가깝다 보니 채소가 그렇게 싱싱할 수 없어요. 보통 채소는 재배한 곳에서 출발해 여러 과정을 거쳐 식당이나 가정에 도착하는데 요즘 아무리 물류가 발달됐다고 하지만 이동 과정에서 어느 정도 채소의 숨이 죽을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봐야죠. 식당과 가까운 제 밭에서 나는 싱싱한 채소를 가져다 손님들에게 대접하면 맛도 좋고 저도 그만큼 보람을 느끼죠.”
“제 밭에서 나는 채소가 아닌 경우에도 저는 국산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요즘 중국산 김치가 굉장히 많은데 너무 안타깝게 생각해요. 저렴한 가격에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사실 김치가 우리나라 음식이잖아요. 그런데 남의 나라에서 우리 음식을 사서 먹는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 거죠. 저는 제 밭에서 나는 배추로 김치를 담그는데 사실 대규모로 김장하려면 굉장히 힘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손님들에게 차마 중국산 김치는 대접할 수 없었습니다. 제 밭에서 나는 싱싱한 배추로 만든 김치를 드셔야 건강식을 섭취하는 거죠.”
백년가게 제도 초반에 비해 지지부진… 지원 좀 더 강화돼야
‘창녕집’은 금정산성 백년가게 1호점으로 선정된 가게다. 김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부 기관에서 저희 가게를 인정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 가게에 오시는 길이 만만치 않은데 그 점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찾아 주시는 손님들께 정말 고마운 마음이죠. 부모님이 차린 가게를 제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백년가게 운영의 취지는 좋지만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백년가게 지정하면서 현판도 주고 그에 걸맞게 지원도 해 줬어요. 격려와 칭찬을 해 주니 소상공인들도 열심히 했는데 몇 년이 지나고 지원이 지지부진하니 기관이나 식당이나 초반과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요. 기관에서 2년에 한 번씩 조사를 하는데 그냥 형식적인 절차처럼 느껴져요. 초반의 취지처럼 가게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더욱 활발히 해야 소상공인들도 의지가 생기는거죠.”
가게 난장판에 허위사실 후기 작성까지… 다사다난 김 대표
식당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을까. 김 대표는 오랜 세월동안 그런 것이 없었겠냐며 웃었다.
“식당을 운영한 지 몇 십 년째이니 당연히 사건이 정말 많았죠. 언젠가 한번은 손님들끼리 음식을 잘 드시다가 시비가 붙은 거예요.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길래 홀로 나가 보니 난장판이었죠. 실내가 완전 쑥대밭이 돼서 손님들 말리고 나중에는 보상을 받긴 했지만 아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인터넷이 발달해서 식당 후기를 많이 작성하잖아요. 젊은 손님들은 그것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한번은 어떤 젊은 손님이 우리 가게를 이유없이 비난한 거예요. 음식 상태가 안 좋다는 등 후기에 허위사실을 써 놓은 거죠. 그래서 제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글을 작성한 이유가 뭐냐고 따지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엄포을 놓았더니 그쪽에서도 죄송하다면서 글을 내리더군요. 이런 경우는 정말 소상공인 한 명을 죽이려고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 대표가 앞으로 바라는 건 무엇일까. 그는 그냥 손님들이 ‘창녕집’에 와서 음식 먹고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도 나이가 들 만큼 들었고 특별히 바라는 일은 없어요. 이 금정산성 일대가 부산 도심과는 달리 굉장히 물도 좋고 공기도 맑은 곳이에요. 저희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제가 이때까지 했던 것처럼 제 밭에서 나는 음식과 흑염소라는 좋은 재료로 만드는 건강식 드시고 무병장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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