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사용량 늘었지만… 누진요금 기준은 7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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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가정도 전력 수요 늘어 ‘불이익’ 구간 속속 진입
2023년 기준 전력 사용량 평균 500kWh 넘었을 전망
정치권서 누진 구간 조정 논의 ‘시동’… “누진제 완화”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7 15:37:53

▲ 역대급 폭염이 이어졌던 8월 주택 전기요금이 평균 13% 오른 가운데 9일 서울 시내 한 빌라에서 관계자가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냉방 수요 등으로 일반 가정의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정하는 기준은 7년째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전기를 특별히 남보다 많이 쓰지 않는 평균 가정의 전기 사용량도 최고 요금을 적용하는 구간에 속속 들어가고 있어 바뀐 현실에 맞게 누진제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 누진제 전기요금은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개편이 이뤄져 200kWh 단위 구간별 3단계로 개편했다. 구간별로 요금이 차등 적용된다.

현재 적용 중인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kWh 이하’(1kWh당 120원)·‘300kWh 초과 450kWh 이하’(214.6원)·‘450kWh 초과’(307.3원)의 3단계로 구간을 나눠 위로 갈수록 요금이 무겁다.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땐 910원으로 가장 낮지만 300kWh를 넘으면 1600원으로 오른다. 450kWh를 초과하면 7300원이 적용된다. 즉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은 300kWh·450kWh 선을 넘는지에 따라서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다.

정부는 2018년 추가로 냉방용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철인 7·8월에 한해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확대해 국민의 냉방비 부담을 낮췄다. 이후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는 2018년 이후 7년째 동일 틀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낮은 구간 요금 대비 가장 비싼 구간 요금의 비율인 누진 배율을 보면 기존 11.7배에서 3배로 대폭 낮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력 향상에 따라 냉방 수요 증가·전자제품 사용 확대 등 구조적인 경제·사회적 변화로 일반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전기 사용량이 과거 ‘과소비 문턱’으로 여겨지던 300kWh·450kWh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kWh이다.

2023년 에너지총조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평균 4인 가구 전기 사용량은 이미 500kWh에 가까워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전 통계로는 올해 8월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은 2020년 8월 대비 약 31%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을 2020년 에너지총조사 결과에 대입하면 올해 8월 4인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이 누진제 최고 구간에 진입해 500kWh를 훌쩍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산도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누진 요금 기준은 7년째 그대로인 만큼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누진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모양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월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여름철 폭염으로 정부가 7·8월 하계 특별요금 구간을 적용 중이고, 취약계층 전기료 등으로 약 7000억 원을 지원 중이긴 하지만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