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기의 건축이야기] 독일 아르누보의 발상지 ‘다름슈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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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10 06:31:10

독일 중부 헤센주에 가면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80%가 파괴되었던 다름슈타트라는 도시가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30분 거리다. 과거 헤센주의 수도였지만 인구 15만(2023년) 정도 되는 작은 도시다.

그 도시의 중심에 가면 루이젠플라츠라는 곳이 있는데 중앙에 큰 동상이 있다. 그 동상의 주인공은 루드비히 1세로 헤센 헌법을 제정한 사람이다.

이 도시에는 1877년에 세워진 대학이 있으며 이 대학에 1883년 세계 최초로 전기공학학부가 설치됐다. 아인슈타인이 다름슈타트에 꼭 가 봐야 하는 이유로 이 학교를 꼽았을 정도로 유명한 대학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더 볼만한 것이 있다.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역사적인 장소로 마틸덴회에(mathildenhöhe)라는 곳이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höhe(꼭대기·정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도시는 과거로부터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건축과 생활 형태를 개발하는 것을 모토로 삼아 왔다. 이러한 컨셉을 지금도 유지하여 유럽기상위성개발기구(EUMETSAT)와 유럽우주국·유럽우주운영센터(ESA·ESOC)가 이 도시에 있다. GSI 중이온 연구센터도 있는데, 여기서 보륨(1981)·마이트네륨(1982)·하슘(1984)·다름슈타튬(1994)·뢴트게늄(1994)·코페르니슘(1996)과 같은 여러 화학 원소가 발견되었다.

이렇게 최첨단을 달리는 이 도시는 건축과 학문뿐 아니라 예술에도 마찬가지로 신경을 써서 1899∼1914년에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만들었고 그곳이 바로 마틸덴회에다. 당시 유럽 전 지역에 새로운 예술이라는 의미의 ‘아르누보(ArtNouveau)’가 선풍을 일으켰는데 왕이 이곳에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왕권이 무너지면서 이 활동은 중단됐다.

브뤼셀에서 시작된 아르누보는 직선 위주의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취향을 부정하고 생동감 있고 액티브한 곡선을 도입했다. 영국은 이를 ‘근대 양식’, 벨기에는 ‘채찍 끝 선 양식’, 프랑스는 ‘국수 양식’, 오스트리아는 ‘세셉션 양식’, 이태리는 ‘자유 양식’, 스페인은 ‘근대주의 양식’이라 부르는 등 나라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독일은 이를 ‘유겐트 스틸(Jugend Stil)’ 즉 ‘젊은 양식’이라 이름 붙였다.

아르누보는 당시 예술의 흐름을 볼 때 획기적인 변화다. 현대 건축에서 해체주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들이 이 아르누보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그 형태의 소스를 자연에서 갖고 온다고 말하는데 그 컨셉은 생동감이다. 그들은 죽은 것은 직선처럼 뻣뻣하다고 믿은 것이다.

▲ 독일의 다름슈타트는 건축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은 꼭 가 볼 만한 도시다. 필자 제공

이 도시 다름슈타트는 뮌헨과 더불어 독일 아르누보의 발상지이다. 유럽 곳곳에 아르누보에 관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아르누보를 한곳에서 비교해 가며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다름슈타트뿐이다. 이 도시를 방문하면 중앙역 자체가 아르누보 양식으로 되어 있다.

이 도시 출신 건축가 알프레드 메셀(Alfred Messel)의 다세대 주택을 볼 수 있는 알프레드 메셀가에도 아르누보 건축물이 있다. 도시 자체가 아르누보의 보고인 셈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을 다양하게 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마틸덴회에다. 이곳이 바로 독일 아르누보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마틸덴회에에는 아르누보 주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결혼 선서 때 보여주는 다섯 손가락 모양의 결혼기념탑이 있으며 마을이 형성되기 직전에 지어진 러시아 예배당(Russian Chapel)도 있다. 이 예배당은 전체가 큰 정원으로 이뤄져 있는데 프랑스식 정원과는 다르게 영국풍의 자연을 담은 정원이다.

마틸덴회에의 시작에는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페터 베렌스(Peter Behrens)가 있었다. 그는 독일 산업혁명의 중요 인물이고 독일 산업 디자인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독일 베르크분트(Werkbund·독일공작연맹)의 공동 창립자이고 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 산업의 주축인 AEG(아에게 주식회사)를 이끈 사람이다. 독일 디자인의 통일된 방식의 기초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페터 베렌스가 이끌었던 건축사무소에선 독일 바우하우스의 창립자 발터 그로피우스·미니멀리즘의 창시자 미스 반 데어 로에, 그리고 ‘도미노(집을 뜻하는 라틴어 ‘도무스(domus)’와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결합한 단어) 시스템’을 선보인 르 코르뷔지에가 일했으며 독일의 대다수 유명한 건축가가 그곳에서 일하며 그의 영향을 받았다.

독일의 도시 다름슈타트는 건축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은 가 볼 만한 곳이다. 이곳은 프랑크푸르트와 근접해 있어 짧은 시간에 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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