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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민주당의 상법 포퓰리즘 막아야 한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시키는 개정 시도
충실의무 확대는 엘리트와 대중 갈라치기 포퓰리즘
주주는 주식 소유하는 것이지 기업 소유하는 것 아냐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27 00:02:59
▲ 이동호 변호사
필자가 이 지면에 법률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한 게 2020년 12월이니 어느덧 5년째를 바라보고 있다. 칼럼의 주요 테마 중에는 법률 제정·개정이 있다. ‘정인이 법’을 시작으로 검경수사권조정법, 검수완박법,  언론중재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간호단독법, 노란봉투법, 특별검사법, 5·18 유공자법, 대통령배우자법, 법왜곡죄 같은 것들을 다뤘다.
 
그런데 22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로는 사실 국회 법률안에서 글감을 찾는 게 좀 힘들어졌다. 채상병특검법·김건희특검법 같은 정쟁적 사안 말고는 딱히 주목할 입법 사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야당의 재발의로 핑퐁 게임만 하는 중이다.
 
그런대 최근 필자의 시선을 끈 법률 개정안이 있는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에까지 넓히려는 상법 개정안이다. 현행 상법(제382조의 3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정준호 의원안) ‘총주주’(박주민 의원안) ‘주주의 이익’(강훈식 의원안) 같은 문구를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충실의무 확대 시도는 LG화학의 물적 분할이 계기가 되었다. LG화학이 2020년 말 배터리사업(현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 분할한 후에 LG화학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에 물적 분할로 신설된 회사는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LG화학의 기업 가치에는 이론상 변화가 없었다. LG화학의 지배주주는 신설회사에 대해서도 계속 지배력을 갖게 되었다. 지배주주와 일반(소액)주주 간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이사의 임무해태가 아니어서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상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다.
 
이에 대해 재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큰 것 같다. 10월16일 한국기업법학회와 8개 경제단체 공동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란 제목의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는데 다양한 반대·우려 의견이 나왔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미국에서 판례 위주로, 그것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해 인정되어 오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일반의무로 도입하자는 것은 미국과 우리나라 법체계가 다른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우리나라 회사법상 이사는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었지 주주와 계약을 맺은 게 아닌데도 이사가 주주에 대해 직접 충실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법체계에 맞지 않다.
 
소수주주 보호 규정은 상법에 이미 많이 있다.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신주발행유지청구권, 위법행위유지청구권, 이사·감사 해임청구권 같은 것들이다. 물적 분할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도 상법에 이미 보장된 것을 자본시장법에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충실의무 확대보다는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정도의 선언적 조항을 추가하거나 공시를 강화하자는 대안론도 있다.
 
필자는 충실의무 확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주주의 이해관계가 결코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는 장기 성과를 추구하는 데 반해 소수주주는 당장 주가를 올려 줄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 쉽다. 
 
회사와 이사의 비전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회사는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지만 임기가 제한된 이사는 거액의 성과급이나 스톡옵션을 보고 임기 중의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 있다. 회사가 안정에만 치중해 이사의 혁신적 투자를 배격할 경우 오히려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해관계 측면에서는 회사를 꼭 주주의 것으로만 볼 수도 없다. 종업원·채권자·소비자·지역사회·국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주주 간의 이행상충은 단기 현상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회사가 잘되면 그 이익은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게 된다. 하반기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고려아연 사례를 보면 지배주주의 터널링(tunneling) 문제, 즉 지배주주가 사적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산이나 이익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것을 통제하는 게 더 시급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충실의무를 확대하자는 것은 엘리트(이사·오너)와 대중(소수주주)을 갈라치기 해서 대중의 지지를 최대화하려는 포퓰리즘의 상법 버전이 아닐까 싶다. 국회의원 소환 등 직접민주주의를 심화시키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이나 직접민주주의는 결코 다수 대중의 이익에 부합되지 못했다. 오히려 소수 엘리트 독재에 악용되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을 주주와 별개의 독립된 존재로 보아야 한다. 주주는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지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는 선출자의 의사에 직접 기속되지 않는 것인데 기업의 이사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주주에 기속되지 않고 기업과 사회에 기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저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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