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미·중 인공지능 전쟁… 정쟁에 몰두할 여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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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이 국가경제·안보 좌우할 전망
韓은 인공지능 쟁패에 대응할 여력 없는 실정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03 00:02:59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뒤 미국과 중국의 쟁패가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인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공개했다. 게다가 개발 비용도 오픈AI가 투자했던 비용의 약 5.6%에 불과해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두 나라가 치열한 패권 전쟁에 돌입했음을 알렸다. 중국의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대규모언어모델(LLM) 버전3(v3)를 출시한 데 이어 금년 1월에는 추론 모델 ‘딥시크 R1’을 공개했다.

이러한 미·중 간 AI 전쟁의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AI 관련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AI의 경우 정보기술(IT) 기업이 지니고 있는 특성상 선발주자가 독과점으로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미국의 오픈AI와 메타 등 극소수 AI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적으로 지배해 왔다. 뿐만 아니라 AI는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안보 면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다. 이런 사례들로 보아 경제는 물론 안보 면에서도 우리가 이미 AI 시대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AI에서 얼마나 앞서 가느냐가 그 나라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딥시크 파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AI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 들어가는 고성능반도체의 생산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AI는 엄청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GPU라고 하는 ‘인공지능가속기’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미국 엔비디아가 AI용 GPU 생산의 절대강자다. 2023년 기준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97.2%를 점유하고 그 외 AMD 1.5%·인텔 0.5%·기타 0.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AI용 GPU 인공지능 가속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 즉 HBM이라 불리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한국의 SK하이닉스 53%·삼성전자 38%·미국의 마이크론 9% 등으로 한국이 HBM 생산의 강자다.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지난해 수익률 역전 논란도 이 HBM 시장 점유율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간 미국은 AI를 포함한 기술 분야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고사양 AI용 반도체 등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해 왔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게 되었다. 그런데 금년 설날 연휴 중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AI의 대표 모델인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엄청나게 싼 가격, 즉 높은 가성비로 출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AI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그간의 대 중국 고사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저사양 AI용 반도체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에 대해서도 그간 허용했던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AI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미국의 예상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딥시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AI용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해 상대적으로 구형인 ‘H800’ 반도체만으로 만든 자사의 AI 모델 ‘R1’이 챗GPT의 신형 모델 ‘챗GPTo1’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또 R1을 558만 달러(약 78억1200만 원)에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심지어 고가의 고사양 가속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마저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지금 사생결단의 정쟁으로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 쟁패에 대응할 여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우선 지난해 12월26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AI)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위해선 이 법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반도체산업 지원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 통과는 재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급한 일이다.

이번에 딥시크를 창업한 랑원펑은 불과 40세의 수학 전공자이다. AI 산업에는 기본적으로 미적분 등 수학이 기본이다. 그러므로 우선 우리 학생들에게 수학 등 기초적인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한 청년들이 배출되어도 창업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벤처금융 등 창업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이 절실하다. 지금 한국은 사생결단 정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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