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연재소설 ‘위선의 시대’ [58] 불안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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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07 06:30:26

“내가 그랬지, 대학 가면 얼마나 더 예쁘겠냐고” 중국집에서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것처럼 변태섭은 희숙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면서 말했다.

변태섭은 희숙의 머리칼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더니 머리를 감싸안고 오른손으로는 귀밑 볼 아래를 살포시 붙잡았다. 희숙이 숨 고를 틈도 주지 않고 변태섭은 혓바닥을 희숙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희숙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변태섭을 향한 설렘과 너무 빠른 속도에 대한 불안함이 교차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느새 변태섭의 두 손은 희숙의 상의 속에서 하얀 속살을 더듬고 있었다. 희숙이 움찔하며 몸을 뒤로 뺐지만, 변태섭은 희숙의 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뒤로 젖힌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변태섭의 손은 빨랐다. 왼손으로는 희숙의 두 손을, 오른손으로는 브래지어를 풀었다. 변태섭은 속절없이 무방비 상태인 희숙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물컹거리는 젖가슴이 손끝에 닿자 변태섭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희숙의 상의가 반쯤 올려졌다. 변태섭은 희숙의 몸 위로 올라가 기마 자세를 취했다. 꼼짝없이 변태섭의 통제하에 놓이게 됐다.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 순간 속에서도 변태섭의 여자가 되는 과정이라는 안도와 믿음이 불안한 감정 안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변태섭은 상의를 벗었다. 희숙의 상의도 벗겼다. 변태섭은 전의를 상실한 아름다운 비너스의 봉긋한 젖무덤을, 속수무책으로 방치된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마른 몸에 비해 크고 성숙한 젖가슴이었다. 시골 선산의 조부모 봉분처럼 가지런했고 탐스러웠다. 희숙은 고개를 돌렸다. 차마 변태섭의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희숙은 두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변태섭이 희숙의 손을 위로 올리곤 그녀의 가슴을 두 손으로 모아 쥐었다. 볼록하게 솟구친 젖가슴 위로 분홍빛 젖꼭지가 5월의 장미보다 선명했다. 변태섭은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희숙의 몸을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변태섭은 눈을 감고 젖가슴에 혀를 갖다 대었다. 희숙은 몸을 꿈틀거렸다.

희숙은 변태섭의 자극에 자기 몸이 반응하는 게 부끄러운지 손으로 입을 막았다. 변태섭이 젖꼭지를 문 채 혀의 연주를 시작했다. 혀가 젖꼭지에 닿을 때마다 희숙의 몸은 갓 잡힌 물고기처럼 팔딱거렸다. 변태섭은 왼손과 입은 젖가슴에 두고 오른손으로 희숙의 바지 속을 더듬었다. 가슴을 포기했던 희숙이 아래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변태섭의 손을 잡았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 안 된다는 표시를 했다. 변태섭이 갑자기 일어나 희숙의 청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희숙의 손은 계속 저항하고 있었으나 결사적이진 않았다. 다만 일찍 체념하는 데에 대한 민망함이 남아선지 변태섭에 잡힌 손아귀의 힘을 주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변태섭이 거친 손길로 팬티마저 벗겼을 때 희숙은 눈을 감았다. 희숙은 그 순간, 성도의 몸은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이란 말씀이 떠올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 첫 관계 맺는 순간에 어째서 죄책감이 밀려오는지 알 수 없었다.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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