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트럼프의 암호화폐 정책 대변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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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5개 주에서 암호화폐 관련 법안 제출·검토 중
韓,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암호화폐 산업 발전 정체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24 00:02:59

1월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은 암호화폐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예고했다. △백악관 암호화폐 보좌관 임명 △친암호화폐 인사 미국 증권거래위원장 임명 △암호화폐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암호화폐 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4만 달러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10만 달러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1월 공개시장조작회의에서 물가상승을 우려해 ‘매파적 동결’, 즉 동결은 하지만 향후 올릴 여지를 두는 결정을 함으로써 다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암호화폐 가격은 트럼프의 정책에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가 신청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결합한 ETF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예비 승인을 했다. 이처럼 암호화폐 ETF가 승인되면 많은 투자 자금이 ETF에 몰리면서 암호화폐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는 암호화폐는 물론 국제기축통화 등 국제금융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구상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축소 조치가 가져올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 공급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라고도 한다.

미국은 2021년 이후 연간 1조 달러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대규모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관세부과 등 대대적인 적자 축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축소는 다른 한편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현상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 구상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20%가 넘는 미국의 막대한 국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거나 심지어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의 유동성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게 하려는 조치라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에 부응하여 몬태나주 의원들이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자산 등에 최대 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유타와 애리조나 2개 주는 이미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주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보도다. 이처럼 몬태나·유타·애리조나·텍사스·플로리다·매사추세츠 등 15개 미국 주에서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관련 준비금 비축 법안을 제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전문가들은 주 정부 등에서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비축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수량이 줄어 시세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비트코인 외에 리플 솔라나 USDC 카르다노 등 우수 알트코인도 전략자산에 추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암호화폐 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딥시크 AI(DeepSeek AI)는 이러한 동향을 반영하여 2025년 유망한 알트코인으로 솔라나(SOL)·리플(XRP)·체인링크(LINK)를 선정했다고 한다. 딥시크 AI는 솔라나가 비트와이즈·반에크·21셰어스 등 ETF 상장을 추진하는 주요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하는 등 이 세 종목은 기술적 혁신과 기관 투자 확대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했다. 솔라나는 빠른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개발자 커뮤니티가 급성장해 기관 자금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동향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아직 암호화폐에 대해 국내 ‘초기암호화폐공개(ICO)’를 인정하지 않아 ICO를 하려는 많은 국내 암호화폐 개발자들을 해외로 내쫓아 국내 암호화폐 산업 발전 정체는 물론 막대한 국부의 해외유출을 조장하는 등 갈라파고스적 규제가 여전하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가혹했던 암호화폐 규제 시기만 지나면 암호호폐 산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은 절망적이다.

대체로 규제가 많은 유럽연합(EU)도 암호자산법(MiCA)을 제정하는 등 암호화폐 또는 넓게 자산까지 포함해 ‘암화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무슨 금기어라도 되는 것처럼 사용하지 않고 가상자산 운운하고 있다. 국내는 ICO가 금지돼 있으므로 암호화폐를 발행하려는 국내 기업이나 한국인은 싱가포르 쥬크 등 해외에 법인을 세우고 있다. 싱가포르 쥬크 등은 ‘ICO 성지’가 되면서 글로벌 암호자산 또는 디지털자산의 허브로 자리잡고 수많은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발 엄청난 암호화폐 산업의 지각 변동에 뒤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