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의 아침생각]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벗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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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신뢰성을 다시 믿으며 부정선거 비판에 눈길 돌리는 벗들
디지털 선거 부정 실감나지 않을 것… 지금은 극우와 싸워야 할 때 아냐
음모론이라는 선전 중독에서 탈피 국민주권 공화국 체제 지켜야 할 때

방민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05 10:04:22

이영돈 PD가 제작한 부정선거 방송이 유튜브에 떴다. 제목은 ‘긴급취재: 부정선거, 그 실체를 밝힌다.’ 올린 곳은 ‘이영돈TV’. 올린 때는 2일 새벽이다. 이 PD는 ‘소비자 고발’ ‘먹거리 X 파일’ 등으로 한국사회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체크해 온 프로듀서다. 이번에 그가 체크에 들어간 것은 한국인들 ‘몸’의 건강 상태가 아니라 사회체제의 건강 상태, 즉 부정선거 팩트 체크다.

그가 이번에는 부정선거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긴급취재’ 형태로 그 ‘실체’를 밝히기로 작정한 것이다. 시의적절한 기획이 아니었던가 한다. 그렇지 않아도 KBS는 ‘공영방송’답지 못하게 ‘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계엄의 기원’이라는 부정선거 세력 옹호 방송을 띄워 올렸다. 그래도 모자란다고 생각한 것 같다.

2부도 방영 준비 중이었다. 제목은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 2부’. 그런데 갑자기 결방된다고 한다. 삼일절 탄핵 반대 시위 군중이 KBS 본사를 찾아갈까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KBS는 지금껏 부정선거를 자행한 세력을 대변했다. 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극우세력의 음모론에 자극받은 사람들일 뿐이고, 윤석열 대통령도 극우 유튜버들에 의해 자극받은 나머지 계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KBS만이 아니다. MBC는 부정선거 세력을 향해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대통령의 담화에 ‘국민과 싸워 나가겠다’는 자막을 달았다. ‘모든’ 뉴스는 부정선거 세력 중심으로 전달된다. 나의 ‘주관적’ 판단이 그렇다는 것이다. 나의 평가가 그렇다는 것이다.

JTBC는 종합편성채널을 ‘대표’해서 MBC와 격렬히 ‘경쟁’ 중이다. 한산하게 된 지 오래인 탄핵찬성집회 대신에 매머드 반대집회 장면을 야당 대표 연설 뒷배경으로 올려놓았다. JTBC와 MBC는 가짜·거짓·허위보도 선두경쟁 중이다. 그 뒤를 YTN·KBS·SBS 순으로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다. 그러니 팩트에 목말라하는 국민은 유튜브로 몰린다.

나는 나의 벗들을 열심히 걱정한다. 민주주의 편이라고 자부하는 나의 벗들. 벗들은 적어도 1987년 6.10 항쟁 이후로 늘 민주주의와 함께해 왔다고 스스로들 자부한다. 윤 대통령의 이번 12.3 계엄령과 탄핵 사태도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편이라고 확신하는 시선으로 본다.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극우’로 낙인찍힌 유튜브에는 전혀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공영’ 방송의 신뢰성을 다시 한번 믿으며, 반(反)시대적인 계엄령을 일으켜 장기집권을 시도한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마땅하다고 확신한다. 어째서 나의 벗들이 이렇게 된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나의 벗들의, 그러니까 우리 세대의 아날로그적 체질과 상상력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벗들은 부정선거라면 ‘막걸리’ 선거 시대의 부정선거를 떠올린다. 고무신으로 표를 사던 시대의 부정선거,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쓸어넣는 것으로 부정을 행하던 과거의 부정선거가 나의 벗들의 부정선거 이미지다.

이 벗들에게 ‘디지털’ 부정선거는 실감이 가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의 ‘통합선거인 명부’를 수사해야 한다는 뜻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한다. 부정선거가 선거관리 시스템의 사이버 해킹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하냐고 생각한다.

전자개표상의 숫자 조작과 아날로그적인 투표용지 바꿔치기를 결합한 신종 부정선거까지는 생각이 안 미친다. 또 계엄령이라고 하면 당장 1979년 12·12사태 당시의 신군부식 계엄령만을 떠올린다. 영화 ‘서울의 봄’의 계엄령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원 포인트’ 계엄령의 ‘스마트’한 방식을 이해할 상상력이 ‘없다’.

그러면서, 적잖이 흥분한다. 어떻게 21세기에 그런 야만적인 계엄령을 ‘때릴’ 수 있느냐고. 유린당한 국민주권을 회복하려는 대통령의 시도를 민주주의를 짓밟는 시도로 보고, 민주주의를 짓밟아 온 세력의 편이 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는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찬찬히 더 생각해 봐야 하겠는데 ‘나면서부터’ 민주주의자인 나의 벗들에게는 그런 일은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된다.

벗들이여, 지금 우리는 ‘극우’와 싸워야 할 때가 아니다. ‘부정선거=음모론’이라는 ‘선전’에 가스라이팅 당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야당과 여당, 사회 전반에 포진한 부정선거 세력에 맞서 국민주권의 ‘공화국’ 체제를 지켜야 할 때다. 공화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할 때다. 21세기 사이버 시대의 부정선거 세력에 맞서 우리들의 영혼을 ‘스마트’하게 구제해야 할 때다. 긴 세월을 벗들과 함께해 온 나의 간곡한 요청이다.

방민호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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