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한국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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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율관세 부과로 세계 경제 파장 우려돼
한·미자유무역협정 근간으로 선제적 대응을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10 00:02:59

미국의 무역적자는 1970년대 들어 적자로 전환된 후 해마다 증가해 마침내 2021년 이후 매년 8000~9000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24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918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상대국별로 보면 중국(2954억 달러)·유럽연합(EU)(2356억 달러)·멕시코(1718억 달러)·베트남(1235억 달러)·아일랜드(867억 달러)·독일(848억 달러)·대만(739억 달러)·일본(685억 달러)·한국(660억 달러)·태국(418억 달러) 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러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 근로자들, 특히 저숙련 백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세게무역기구(WTO) 등 다자 간 무역협정 탈퇴 △거래 상대국 간 무역수지 균형 수준을 유지하는 공정무역 중시 △10~20%의 보편관세 부과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60% 관세 부과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부과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 신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 관세 부과를 앞두고 멕시코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멕시코가 국경에 군 병력 1만 명을 투입해 마약과 불법 이주민을 단속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이처럼 트럼프는 시한을 정해 놓고 국가 정상끼리 곧바로 협상하는 속도전을 쓰고 있다. 고관세를 물리기로 한 상대국들과 막판 협의를 통해 자국의 요구 사항을 달성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정해 놓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주의’ 방식이 취임 초기부터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87년 낸 책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그는 “판을 흔들어 내 스타일로 판을 새로 짠다. 최고위층과의 담판을 통해 단번에 빅딜을 시도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도 있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은 평균 관세율이 17.7%가 되어 1933년 평균 20%였던 스무트 홀리 관세법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 러시로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이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는 지난 1월 금리인하 아닌 매파적 동결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수출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과거의 경험을 보면 글로벌 성장 불균형은 지속이 불가능하다. 국제금융면에서는 미국의 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 적게 공급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트리핀의 딜레마’가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 국제 분쟁 발생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으로 첫 번째 세계화 시대(1870~1914년)에는 국제무역이 연 평균 4%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세계 평균 대비 무역의 비중이 1870년 10%에서 1914년 22%로 증가하고, 자본 이동이 연 평균 4.8% 증가하는 등 활발해져 세계 GDP 대비 자본이동의 비중이 1870년 7%에서 1914년 20%로 증가해 세계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세계 1인당 GDP 연평균 증가율도 1820~70년 0.53%에서 1870~1914년 1.3%로 증가하고 부국과 빈국의 소득격차도 축소되었다.

세계화의 후퇴기(1914~29년)에는 세계 무역의 세계GDP에 대한 비중이 22%에서 16%로 줄고 자본 이동도 세계GDP의 20%에서 8%로 하락해 마침내 1929년 대공황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세계화의 후퇴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를 교훈으로 전후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orld Bank),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1973년 WTO로 전환)을 창설해 무역과 자본 이동이 다시 증가하면서 세계 1인당 소득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므로 새로 시행될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인지 우려가 작지 않다.

한국의 600억 달러 수준 대미 무역 흑자는 지속이 어려울 전망이어서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 특히 대중 수출 감소 속 대미 수출 하락은 한국의 성장을 제약해 저성장 고착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역점을 두고 있는 미국 에너지·고성능 무기 등을 수입하는 한편, 한국의 대미수출은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중간재 수출(미국 고용 창출)임을 강조·설득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의 근간을 유지토록 노력하는 등 대미 통상 협상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미 2014년부터 하락하고 있는 대중 수출 제고를 위한 대중 통상정책도 강화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미국·중국 이외 지역과의 시장 개척 및 통상 협상 강화 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통상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