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푸틴 뜻대로… 美·러 정상 ‘부분 휴전’ 합의에 불만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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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카드였던 ‘쿠르스크’마저 러시아 탈환 목전
서방 일제히 “무늬만 휴전… 우크라 사라질 것” 비판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9 13:52:03

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시간) 합의한 우크라이나전쟁 부분 휴전이 러시아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의 승세가 이미 2년 전 판가름났지만 국내외 주류 언론이 이를 최근에야 인정하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전쟁 초반엔 군사대국 러시아의 실력을 비웃는 분위기였으나 지구전이 결국 성공한 셈이다. 18세기 나폴레옹전쟁 때 프랑스군은 러시아측이 수도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사라진 가운데 ‘추위’에 속수무책 빈손으로 퇴각해야 했으며 20세기 나치침공에 의한 독·소전에선 엄청난 손실을 감내한 러시아의 버티기가 통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이 한 시간 반 이상 전화통화를 하고 에너지·인프라 분야의 휴전에 합의했다. 백악관은 이를 ‘평화를 향한 행보의 시작’으로 자평했다. 러시아는 늦가을과 겨울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타격해왔다. 따라서 차차 날씨가 풀리는 가운데 이날 합의에 따른 휴전 대상이란 어차피 러시아의 집중타격 이유가 줄어든 표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을 앞둔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로선 전쟁을 마무리 할 때 협상카드를 위해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를 기습 점령했었으나 사실상 패착이었다. 당초부터 그런 평가가 우세했다. 쿠르스크를 점령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돈바스 지역이 뚫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 동부 지역 점령지의 방어 및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평화협상시 그대로 양국 국경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쟁 전 국경 회복’을 미국의 트럼프정부 인사들은 일찌감치 “비현실적”이라고 못박았다

러시아는 현재 쿠르스크에서 완전한 우세,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인 동부전선과 크림반도에서 굳히기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인프라에 국한된 이번 부분 휴전은 일단 전황과 거의 무관한 상징적인 의미에 가깝다. 애초 푸틴은 트럼프와의 대화를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푸틴의 뜻대로 됐다. 향후 협상에서도 ‘전면 휴전’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는 예상에 젤렌스키 측은 더욱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푸틴은 트럼프와의 이날 합의에서 전면휴전 조건으로 기존에 제시한 내용을 반복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 원조 및 정보 공유의 완전한 중단’ 요구가 핵심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는 측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러 정상 대화의 세부 내용들이 전해지자 젤렌스키가 즉각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오늘 푸틴이 사실상 전면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전쟁을 질질끌려는 시도를 세계가 거부해야 한다”며 “그들이 남부·북부에서 새로운 공세를 준비 중” “우크라의 최대한 약화에 혈안”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푸틴을 비난하며, 과거 키이우 어린이병원 공습 사실을 들어 에너지시설·민간 인프라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믿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측에선 민간시설을 방패 삼았을 뿐 사실상 군사적 장소였다고 주장해온 대목이다.

주요 외신들 역시 미·러 합의가 ‘무늬만 휴전’ 아니냐 비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립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 존재를 끝장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대부분을 되돌리는 게 푸틴의 목표”라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스(NYT)에선 러·우 양측이 영토 경쟁을 하는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 민간인·도시·항구 공격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의 경우 “우크라 동부 전선이 그대로 살상지대로 남고 드론·미사일 폭격도 우크라 전역에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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