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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토론 문화는 민주주의 발전의 디딤돌이다. TV 토론은 후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서로 공방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선거운동 방법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대통령 선거의 경우 수십, 수백만 명을 동원해 물의를 일으켰던 연설회가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 후보자와 유권자는 TV를 통해 만나고 있다. 이는 운동장 중심의 유세가 미디어 중심으로 변화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방송 토론을 통해 정당·후보자의 비전과 정책을 더욱 쉽게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게 되면서 유권자의 알권리가 충족되고 선택 기회를 넓히는 효과가 작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6·3 제21대 대선에서도 3차례 주제별 TV 토론이 있다. 18일 경제에 이어 23일 사회, 27일 정치 분야다. 1차 대선 후보 TV 토론은 기대 이하였다. 18일에 있었던 1차 토론은 실망이었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대선 후보들은 경제 분야 토론에서 경제와 민생에 대한 진지한 정책 경쟁보다 정쟁과 신경전만 되풀이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기호순)는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총론 수준의 공약과 입장만 던져 놓았을 뿐 국민의 가려운 곳을 시원스럽게 긁어 줄 만한 해법 제시엔 실패했다.
1997년 첫 대선 후보 TV토론 당시 시청률은 역대 최고인 55.7%에 달했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이 포함된 이번 TV토론은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3사를 모두 합쳐 시청률이 19.6%(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불과하다. 역대 시청률 2위를 기록한 3년 전 대선의 첫 TV토론(지상파 3사 기준 39%)의 반 토막 수준이다.
23일엔 사회 분야 토론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국민 통합은 최대 과제 중 하나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차, 이념 갈등 등이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에게 통합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 등 대선 후보 모두가 보수·진보의 가치를 떠나 통합을 내세우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어느 진영이 주도권을 잡아도 통합 없이 미래로 갈 수 없다. 통합은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한 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통합이란 상호 배려와 존중의 바탕 위에 관용 및 자제의 덕목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통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정치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은 물론이고 지역과 세대 간 갈등이 완화될 때 실질적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예컨대 경제적 불평등 완화는 통합에 절대적 요소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빈부격차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빈부격차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합 역시 성취하기 어렵다. 민생과 경제를 모든 후보가 중시하고 있지만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한다. 통합 역시 경제적 부의 분배 및 성장과 연계돼 있다. 성장만 과하게 강조되거나 분배만 지나치게 중시돼서도 안 된다. 2차 TV 토론은 이러한 의제를 놓고 사회 통합의 길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면 그 꽃이 개화하기 위해선 토론이 필수적이다. 토론은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핵심 기제다. 토론은 경청·배려·유연한 사고의 습관을 길러 양보와 타협의 문화가 자리 잡게 하는 민주시민 교육 수단이다. 그 모범을 대선 후보자들이 보여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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