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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IAEA에 들켰다… 핵협상 중 농축우라늄 대폭 늘려

백악관 최후통첩 “공식 협상안 받아들이는 게 최선”
美, 제재 높이고 이스라엘에 의한 타격 모른척 할 수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1 16:16:55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억제를 위한 미국의 첫 공식 협상안이 전달됐다.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스티브 위트코브 중동 특사가 이란에 수용 가능한 제안을 전달했다”며 “이를 받아들이는 게 이란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협상안은 중재자인 오만 정부를 통해 전달됐다. 세부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과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이 참여할 원자력 개발(및 감시) 기구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최근 몇 달 새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IAEA는 이날 회원국들에 돌린 비밀보고서에서 이란이 지난달 17일 기준 60% 농축우라늄을 총 408.6㎏ 비축 중이라고 짚었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50%가량 증가한 셈이다. 핵탄두 약 10개 제조 가능한 분량이다. 2018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이후 핵개발을 가속화해 4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농축우라늄 보유가 추정됐으나 트럼프2기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서둘러 농축우라늄 생산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농축도 60% 수준의 우라늄은 통상 추가 농축 과정을 거치면 2주 안에 핵폭탄 제조용(90% 수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 60% 농축우라늄 자체가 사실상 무기나 다름없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이란이 IAEA 조사에 효과적으로 완전히 협력할 것을 촉구하며 이런 수준까지 우라늄을 농축한 비핵무기 국가는 이란뿐이라고 지적했다. IAEA 2월 보고서에선 이란의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274.8㎏였다. 3개월 사이에 약 50%(133.8㎏)나 늘어난 것이다. 또 IAEA는 이란이 3곳의 미신고 장소에서 미신고 핵물질을 이용해 핵 관련 활동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란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근거로 사용될 만한 내용이다.

이번 IAEA 발표는 이란이 지난달부터 오만의 중재로 미국과 핵 프로그램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 5차 협상까지 진행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이란의 이런 이중적 태도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제안에 “우리 원칙과 국민의 이익·권리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핵무기 개발 포기 조건을 수용할 수 있으나 전력 생산 등 민간 용도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 활동까지 포기할 것을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며 맞서고 있다. 미국과 충분한 신뢰를 쌓지 못한 나라가 민간용 원자력 유지를 계속한 사례는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핵시설의 전면 폐쇄를 의미한 이 제안을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승인할 가능성을 낮게 내다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IAEA 보고서 회람 이후 성명을 통해 “세계 각국이 당장 이란을 멈추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 높였다. 이에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 수위를 높이거나 이스라엘에 의한 이란 핵시설 단독 타격을 모른척 할지 모른다. 가자 상황을 수습하기보다 끝장을 보려는 네타냐후 정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던 트럼프지만 이란 핵에 관해 누구보다 확고한 입장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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