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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광 지표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6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9%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방한객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48만4000명)·일본(29만2000명)·대만(15만 명)·미국(13만2000명)·필리핀(6만1000명) 순이다. 1∼5월 누적 방한객도 721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103.5%를 회복했다.
또 5월 해외로 나간 국민도 23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증가했다. 이 역시 2019년 같은 달의 99.6%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1∼5월 해외로 나간 국민은 1234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98.6%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여행지는 일본이다. 올해 5월에 일본으로 출국한 한국인 수는 82만5800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369만3300명이니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2.4%나 된다. 일본 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 4~5명 가운데 1명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다.
일본 방문객은 5월 황금연휴(3~6일)에 특히 집중됐는데 여행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이 기간 예약 고객의 52%가 일본을 선택했다.
일본을 제외하면 대만·홍콩·베트남·중국 순으로 예약 건수가 많았지만 이들을 다 합쳐도 일본 가는 비율을 따라잡진 못했다. 대만이 추첨을 통해 여행 지원금(5000대만달러)을 주고 중국이 무비자 입국 정책을 내놓았으나 일본으로 향하는 발길을 돌리게 하진 못했다.
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1시간 내외의 짧은 비행거리가 큰 매력이다. 여기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 편리한 대중교통,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청결한 도시 미관, 혼자 다녀도 안심할 수 있는 치안 환경 등 일본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엔화 강세로 환율이 1000원 대로 오르지 않았다면 여행객 수는 더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한국에 얼마나 올까. 5월 기준 한국을 찾은 일본 여행객은 29만2000명에 불과하다. 일본 인구는 우리 두 배다. 심지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못해도 165만 명은 와야 균형이 맞는다. 그런데 왜 30만 명도 안 오는 걸까.
양국의 여행 인구 불균형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본은 사계절 시원한 삿포로에서부터 사계절 따뜻한 오키나와까지 다채로운 여행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굳이 말 안 통하는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따듯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 여행 시장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흔히 거론되는 게 일부 여행지의 바가지요금이다. 숙소·음식점 등 관광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여행 정보 부족으로 갈 만한 곳이 서울 고궁과 안국동 등에 한정된 것도 문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게 뜻밖에 화장실이다. 한국 여행지의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일본에 비하면 덜 청결하고 더 폐쇄적이다.
서울 명동·안국동·북촌 등 주요 관광지 화장실을 이용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공중화장실을 빼고 대부분 문이 잠겨 있다.
전기도 공짜, 와이파이도 무료, 방문객에게 은혜롭다는 스타벅스마저 화장실 비밀번호를 정해 두고 영수증 받은 고객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여행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본은 어디를 가든 화장실 문이 열려 있다. 심지어 그 화장실에는 거의 다 비데가 있다. 대만의 경우에도 화장실 대부분을 개방해 두고 있으며 유럽도 비록 유료이긴 하지만 잠금장치는 없다.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급할 때 화장실을 찾지 못해 온 건물을 뒤졌던 경험으로 어떻게 한국을 좋게 기억할까.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여행객은 대부분 일본의 화장실 환경에 만족한다. 일본이 지금의 화장실 선진국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정부와 민간이 한마음으로 화장실 인프라 구축에 힘을 썼다.
적어도 자국을 찾은 해외여행객이 바지가랑이를 틀어쥐고 동동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일념 아래 화장실을 많이 짓고 그 문을 다 개방했다.
한국이 화장실 인심에 야박한 것은 여러 사람이 쓰게 되면 빨리 더러워지고 그만큼 청소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한국인이 화장실 청소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 싫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화장실 문을 잠그면 더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다.
한 번 청소할 것 두 번 청소한다는 마음으로 화장실 문을 개방해야 한다. 안 되면 정책적으로 어르신 인력을 화장실 청소에 활용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호텔이나 갤러리만큼은 아니어도 화장실을 늘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청결한 화장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멋진 여행지를 개발하고 맛집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하다.
국가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는 큰 노력이 들어가지만 국가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화장실 인심이 고약한 나라, 나라도 가기 싫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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