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22일 만에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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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이슬람의 정통성 상징 ‘아슈라’ 기념일… 순교·저항 강조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06 17:03:30

▲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모스크에서 열린 시아파 최대 종교행사 '아슈라'에 참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지하 벙커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그가 22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AFP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최고위 성직자) 알리 하메네이가 5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2일 만으로 지난달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이후 처음이다. AP·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TV는 하메네이가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종교행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행사는 시아파 최대 기념일 아슈라 전야의 애도식이었다. 아슈라란 1400년 전 이맘 후세인의 순교를 기리는 날로 이슬람력(히즈라력) 1월(무하람)의 10일인데 금년의 경우 7월6일에 해당했다.

매년 무하람의 10일 시아파 무슬림들이 가슴을 치고 울거나 자해를 하기도 한다. 이날로부터 40일 지나 이뤄지는 아르바인 순례엔 수천만 명이 카르발라로 행진해 세계 최대 종교 행사로 꼽힌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손자이자 제4대 칼리프 알리의 아들인 후세인은 시아파 제3대 이맘(교부)이다. 680년 아랍계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 야지드1세가 즉위했을 때 후세인은 이를 정통성과 신앙에 반하는 불의한 통치로 간주하고 충성을 거부하다 현 이라크의 카르발라에서 목숨을 잃었다.

후세인을 새 칼리프로 추대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 메디나를 출발한 후세인과 일행 70~100명이 카르발라 인근으로 이동하던 중 야지드 군대 약 4000명에게 사막 한가운데에서 포위돼 물길을 차단 당했을 때 항복을 거부하고 싸우다 죽었다. 후세인의 순교는 시아파 역사와 신앙의 핵심이며 정의·저항·희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시아파가 이슬람 정통임을 자처해 온 근거이기도 하다. 아랍에 정복되면서 생긴 깊은 상처가 종교적 정통성 주장으로 이어졌다.

2025 아슈라의 날 이란 국영 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검정색 옷차림의 하메네이는 침통한 표정으로 대중에 손을 흔들거나 고객을 끄덕였다. 참석자들이 환호와 함께 주먹을 치켜들며 “우리 혈관엔 우리 지도자를 위한 피가 흐른다”고 외친다. 영상은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모스크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현장 화면엔 이란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란 당국자들이 배석한 모습이 비쳤다.

36년째 이란을 통치 중인 하메네이는 지난주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지만 지난달 13일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으로 사실상 전쟁 상태에 돌입한 후 3주 넘게 행방불명이었다. 서방 매체들은 그가 암살 가능성을 우려해 지하 벙커에 은신한 것으로 추측해 왔다. 지난달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를 향해 무조건 항복을 종용하며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나 살려두는 것뿐이라는 내용의 글을 트루스쇼셜에 게시했다. 정권 전복 정도가 아니라 신정체제 해체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그 닷새 후엔 이란 핵시설을 깜짝 공습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이틀 후인 22일엔 휴전을 이끌어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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