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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등 최근 현대전에서 드론의 막강한 위력과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현존 최고 공격 헬기로 평가받는 아파치(AH-64E) 헬기 36대 추가 도입을 골자로 한 육군의 대형 공격 헬기 2차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 결정적이다.
아파치 헬기가 한때 ‘전장의 왕자’로 불렸음에도 드론이 활약하는 현대전의 등장으로 그 역할과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은 추가 도입 재검토를 선택하며 자체 개발한 소형무장헬기(LAH) 사업에 집중하고, 생존성과 비용 효율이 높은 무인 시스템으로 국방력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번 2차 추경에서 국방 예산은 정부안보다 약 900억 원 감소했으며, 이 중 방위력개선비에서 7개 사업 877억 6100만 원이 감액됐다. 특히 대형 공격 헬기 2차 사업은 국방부가 요구한 100억 원 중 97억 원이 감액돼 3억 원만 확정됐지만, 이마저도 타 사업으로 전용되면서 사실상 예산 전액이 삭감됐다.
대형 공격 헬기 사업은 지난 5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유무인 복합체계 등 대체 전력 검토로 진행이 결정된 바 있어, 이번 추경 예산 삭감은 사실상 사업 백지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 기반 ‘신작전수행개념’이 취소됐음에도 유지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군 당국이 아파치 헬기 2차 사업을 재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현대전의 교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최신 공격 헬기가 최신 생존 장비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1000만 원 안팎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나 소형·저가 드론 공격에 빈번하게 격추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개전 이래 러시아군은 300대 이상의 헬기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값비싼 공격 헬기 도입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켰다.
특히 저렴한 FPV(1인칭 시점) 드론과 자폭 드론의 등장은 전장의 구도를 바꾸며 헬기를 파괴하고 정찰 및 정밀 타격 임무에서 공격 헬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유인 공격 헬기의 전술적 효용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전직 군 관계자는 “아파치는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노출되기 쉬우며, 은폐·기습 작전에는 부적합하다”며 “미 육군조차 공격정찰헬기 개발사업(FARA)을 폐기하고 무인 복합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결함과 해상 탐지 능력 부족 역시 단점으로 꼽힌다. 전자전 상황에서 아파치의 탐지·회피 능력은 최신 드론이나 스텔스 전력에 비해 뒤처진다는 분석도 있다.
둘째, 급등하는 도입 가격과 운용 유지비다. 1차 대형 공격 헬기 사업 당시 아파치 헬기 36대 도입에 약 16억 1000만 달러(대당 약 441억 원)가 소요됐던 반면, 2차 사업 협상가는 29억 1000만 달러(대당 약 773억 원)로 알려졌다. 이는 대당 도입 가격이 66%나 증가한 셈이다.
또한 아파치 헬기는 1시간 비행에 약 35시간의 정비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당 운용 비용은 약 5500달러(약 750만 원)에 달하는 등 유지비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아파치에 들어가는 예산이면 저비용 고효율 무인 정찰기·배회형 탄약 수백 기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노후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굳이 초고성능 공격 헬기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아파치 도입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북한의 드론·지대공미사일 전력에 대한 취약성이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확산된 드론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휴대용 지대공미사일(PADS) 역시 상당량을 실전 배치 중이다. 아파치가 이런 저가 무기에 취약하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북한은 최근 기습 상륙·침투 작전의 실전 연습을 지속하는 한편, FPV 드론을 활용한 ‘자폭 전술’도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파치의 기습 상륙 저지 능력마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현대전의 교훈과 비용 문제를 바탕으로 전 세계 주요 군사 강국들은 공격 헬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 육군은 차세대 공격정찰헬기(FARA) 사업을 취소했으며, 일본 자위대도 낡은 공격 헬기를 모두 퇴역시키고 무인기 중심으로 전력을 개편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아파치 헬기 도입 재검토 주장이 제기되었다.
전문가들도 아파치 도입에 대해 △유인 헬기의 효용성 저하 △경제적 부담 △북한의 저가 무기에 대한 취약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유 의원은 “미 육군도 유지비가 비싼 구형 아파치 공격 헬기를 조기 퇴역시키고 그레이이글 등 첨단 드론 전력으로 군 구조의 변화를 진행하는 만큼, 우리 군의 아파치 공격 헬기 추가 도입 전면 재검토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형 공격 헬기 2차 사업이 지난 정부의 ‘공세적 신 작전계획’을 계기로 시작됐지만, 이 계획이 사실상 폐기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의 드론전 교훈을 되새겨 현재 미진한 국군 드론 전력 확보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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