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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주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국과 북한 모두 외교장관이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반도 외교의 현주소와 변화된 지형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10일)를 시작으로,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11일)까지 이어지는 연내 최대 규모의 역내 외교 이벤트다. 특히 ARF는 북한이 정식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 안보 회의체로,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은 ARF 창설 이래 31년 만에 외교부 장관 없이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이는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지연으로 인해,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대신 수석대표로 파견되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의 ‘격’부재는 단순한 의전 문제가 아닌, 다자외교 무대에서의 전략적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언이 이어진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차관은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등과 양자 약식회담을 조율 중이지만, 다자회의 특성상 심도 있는 논의나 정상회담 일정 조율 등 실질 협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도 전날 언론에 “4개국과 양자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 밝혔지만, ‘복도에서 눈 마주쳐 대화하는’ ARF의 효율성을 살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외교가에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도 불참 예상…‘보이콧’ 기조 지속
전략 동반자 선언한 한·아세안, 행동계획 채택 예정
한미 정상회담 조율도 난항…외교 공백 논란
북한 역시 이번 ARF 회의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이날 기준 북한 측 참석 동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2021년 북한 사업가의 미국 송환을 계기로 말레이시아와 단교한 이후, ARF에는 주라오스대사나 주인도네시아대사 등 하급 인사를 파견하거나 아예 불참해 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 및 한미일에 대한 적대적 외교 기조를 강화하면서, 다자외교 자체를 거부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한편 한국은 ARF 기간 중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를 베트남과 공동 주재하고, ‘2026~2030 한-아세안 행동계획’ 채택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로, 4개월간 문안 협의를 거쳐 이번 회의에서 최종 채택될 예정이다.
박 차관이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날 경우,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이루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상호 관세 문제나 GDP 대비 국방비 증액 같은 굵직한 현안은 시간과 위상의 제약으로 인해 실질 협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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