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1º
습도 85%
춘천 22º
습도 85%
청주 23º
습도 85%
목포 23º
습도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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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낮 기온은 연일 35도를 웃돌고 습도까지 높아 숨조차 막힌다. 기상청은 올여름 날씨는 ‘역대급 더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제 폭염은 더 이상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는 일상적인 재난이 되었다.
그러나 그 피해는 결코 고르게 찾아오지 않는다. 도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도심의 건설 현장, 아스팔트 도로 위, 공장 야외 작업장엔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폭염 속에서도 공정 일정은 늦춰지지 않고 물류센터 트럭 기사나 상·하차 노동자들은 긴 시간 뜨거운 화물칸을 오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만 260명에 이른다. 사망자도 10명이나 된다.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특히 건설업과 물류업 등 야외 노동이 많은 업종은 더위에 그대로 노출되기 쉽다. 지난해에만 해도 전체 산업재해 온열질환자 중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과 운송업에서 발생했다. 작업 속도를 맞추느라 무더위에도 보호구를 벗지 못하거나 충분히 쉬지 못하는 현실이 이런 통계 뒤에 있다.
폭염의 또 다른 얼굴은 도시 가장자리 쪽방촌과 고시원, 지하방에 산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쪽방 주민 60% 이상이 여름철을 에어컨 없이 지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냉방기 지원과 전기료 일부를 보조하고 있지만 모든 이에게 충분하지 않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도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가동률은 훨씬 낮다. 그 결과 더위에 지친 주민들은 밤에도 선풍기에 의존하거나 아예 창문을 열어 놓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무더위 쉼터가 곳곳에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 시간 위주로 열리고 밤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밤새 지열이 빠지지 않는 슬레이트 지붕 밑에서 열대야를 버티는 이들에게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몸이 아파도 의료비 부담에 선뜻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인들은 더위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지병이 악화되기 쉽다.
올해 장마가 사실상 ‘마른 장마’로 지나간 점도 불안 요소다. 서울의 7월 강수량은 평년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장마철에 땅과 도시가 덜 식은 상태에서 폭염이 이어지면 열섬 현상이 더 강해진다. 국지적 게릴라 호우가 오면 배수되지 못한 빗물이 순식간에 저지대를 덮칠 가능성도 높다. 결국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가 한 해에 모두 나타나는 기후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저지대 자동배수시설을 보강하고 쪽방촌 냉방장치 설치와 전기료 감면 등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많다. 휴대전화가 없거나, 복지 시스템에서 누락된 취약계층에게는 이런 지원이 닿지 않는다. 또 폭염 상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시간 보장도 현장마다 온도차가 커 사실상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폭염은 해마다 같은 뉴스가 반복되게 한다. “더운 날씨에 취약계층이 숨졌다”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그 뉴스가 끝나면 현장 점검과 지원은 속도를 잃기 쉽다. 폭염이 계절성 재난으로 자리 잡은 지금 단발적인 대책이 아니라 구조적인 안전망을 강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도심에서 폭염은 단순한 날씨 문제를 넘어 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리는 사회적 재난이다. 쪽방 주민이 냉방비를 아끼다 병을 얻고 건설 노동자가 무리하다 쓰러지듯 그들에게 폭염은 곧 생계 문제다. 더위는 내년에도 다시 온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현장을 꼼꼼히 살피고 정책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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