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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빠졌다. 보수의 아성이라 불렸던 대구·경북(TK)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등 민심 이반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11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민주당(43%)과 두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TK 지역에서도 27% 대 34%, 부산· 울산·경남(PK)에서는 27% 대 36%로 민주당에 뒤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최근 6개월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지난 1월 40%에 근접하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4월에는 30%대 중반을 기록하다가 3대 특검이 출범한 6월에는 20%대로 내려앉았고, 특검 수사가 본격화된 이달 들어 10%대로 추락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는 고사하고 당장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지율 하락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부부를 둘러싼 특검이 있다.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댄 내란 혐의를 넘어 국가를 전쟁 위협에 내몬 외환 혐의가 불거졌고, 김건희를 정점으로 한 국정 농단 행위와 부정부패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특검 수사 대상에 당 소속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선교·윤상현·임종득 의원은 이미 특검에 의해 출국 금지됐거나 압수수색을 당했고, 추경호 의원은 유력한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지난 1월6일,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윤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한남동 관저로 몰려가 인간 방패를 자처한 45명의 의원 전원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강대식·강명구·강민국·강선영·강승규·구자근·권영진·김기현·김민전·김석기·김선교·김승수·김위상·김은혜·김장겸·김정재·김종양·나경원·박대출·박성민·박성훈·박준태·박충권·서일준·서천호·송언석·엄태영·유상범·윤상현·이달희·이만희·이상휘·이인선·이종욱·이철규·임이자·임종득·장동혁·정동만·정점식·조배숙·조은희·조지연·최수진·최은석 의원이다.
한마디로 국민의힘은 현재 사면초가에 몰려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채 몰락의 늪에 가라앉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처지에 몰린 것은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에 동조한 것도 모자라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방해하고, 절연(絶緣)을 거부한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당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방패를 자처한 45명의 인사들은 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비대위원, 사무총장, 전략기획부총장, 홍보본부장 등 당 지도부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당내 쇄신파들로부터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권영세·권성동 의원은 아직도 건재하다. 특검의 수사 대상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정당’ ‘윤석열 잔당’ ‘반개혁 세력’이란 이미지를 벗고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손에 쥔 몇 안 되는 카드 역시 당 주도 세력인 친윤들에 밀려 시원하게 버려졌다.
앞으로도 문제다. 당의 변화와 쇄신을 꾀하겠다며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0일 △윤석열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점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점 △특정 계파·특정인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점 △대선후보 강제 단일화를 시도한 점 등에 대해 국민께 사죄했다. 또한 당헌·당규에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겠다는 내용을 넣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혁신안 발표 하루 만에 친윤 세력의 반발이 쏟아져 나오면서 혁신안은 좌초 위기에 빠졌다.
“특검이 무리하게 전직 대통령을 재구속해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절연할 것이 남아 있기라도 한 것인가. 내부 총질하는 우리 당의 못된 습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장동혁 의원), “혁신위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내놓은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게 하고 야당의 본분을 흐리게 만드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것”(나경원 의원)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선을 그었다.
혁신위가 내놓은 인적 쇄신안도 거부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식으로 접근하면 당연히 필패”라며 “대선 백서 등을 통해 대선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를 한뒤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결국 당 혁신위 출범은 친윤 지도부의 기득권은 유지한 채 급격히 추락한 국민의힘 지지율을 방어해 보겠다는 ‘위장 쇼’였던 셈이다.
국민의힘 친윤 지도부는 11일 민주당에 “검찰 개혁을 같이 하자”는 뜻밖의 제안을 내놓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동의한다”며 “22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 개혁에 대해 논의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그러면서 “18대 국회 사개특위는 1년 4개월 동안 64번의 회의, 7번의 공청회, 32명의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며 치열하게 머리를 맞댄 끝에 괄목할 만한 개혁의 성과를 이뤄 낸 것으로 호평받고 있다”고까지 했다.
결국 검찰 개혁을 1년 이상 질질 끌어 보겠다는 꼼수인 셈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악 4법은 검찰을 중국 공산당의 기율위원회와 같은 독재의 칼로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장동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는 검찰 개혁 4법은 민주당의 무능함을 보여준다며 중국·러시아·북한과 비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친윤 세력에겐 당의 위기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 잠깐의 ‘당 쇄신’ 소나기를 피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결론은 공멸이다.
역사는 항상 ‘개혁하지 않는 기득권’을 심판해 왔다. 지금이라도 ‘보수 본좌’로 돌아가기 위해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인적 쇄신이다. 친윤 지도부와 그들에 부화뇌동하는 거짓 보수 기득권 세력 축출이 시급한 시점이다. 언제까지 친윤 세력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떼지 못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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