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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전만 해도 돌반지(순금 1돈 기준)는 3만~5만 원 선에 불과했다. 그러나 금값이 급등해 현재는 1돈 가격이 70만 원에 육박하면서 돌반지는 이제 옛말이 됐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국내 금 시세도 연일 오름세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4일 기준 순금 1돈(24K) 매입가는 58만3000원, 매도가는 69만5000원으로 소비자가 순금을 살 때 가격이 사실상 70만 원 선에 근접했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순금 1돈이 70만 원을 돌파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현 시세가 역대 최고점이며 아직 70만 원을 넘어선 적은 없다”고 말했다.
금 가격은 왜 이렇게 많이 올랐을까. 그 배경엔 복합적 요소가 있다. 먼저 최근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 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관세 확대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이는 미국 국채시장과 달러 가치에 직접적 충격을 줬고,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자극했다.
실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540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선물 가격도 온스당 3602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약세와 장기 국채금리 불안이 맞물리며 금은 단순한 투자자산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스템 내 ‘최후의 안전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 사재기’도 눈에 띈다.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입이 금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달러 의존도란 외환보유액이 미국 달러에 지나치게 편중돼 달러가치 변동이나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를 말한다. 아울러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 러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신흥국들은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을 대체자산으로 확보하는 추세다.
국내외 증시와 채권시장 불확실성도 금값을 뒷받침한다. S&P500과 나스닥 지수 등 주요 지표는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채권 투자 매력은 낮아졌다. 달러 자산에서 대체투자를 찾는 글로벌 자금은 금으로 몰리고 있다. “달러와 국채의 안전성이 흔들릴 때 투자자들은 다시 금으로 돌아온다”는 시장 격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변동성과 미·중 갈등 격화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는 글로벌 교역 둔호와 원자재 시장 불안을 촉발시켰고, 이것은 다시 금을 ‘헤지 수요’로 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와 환율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현재 원·달러 환율을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국제 금값 자체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국내 시세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금거래소의 시세는 4일 기준, 순금 1돈 매입가는 58만3000원, 18K는 42만8600원, 14K는 33만2400원, 백금은 22만5000원, 은은 6440원이다. 매도 기준으로 순금 1돈은 69만5000원으로 70만원 고지가 눈앞이다.
국제 금값의 강세요인은 단기간 해소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국내 금 시세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금융시장 불안 대응, 자산 다변화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유지되지만 단기 간에 급상승한 점을 감안,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정세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금의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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